나의 밤은 바쁘다.
자려고 누웠지만 오히려 머리는 맑아오고 그 사이로 생각이 꼬리를 물고 들어 온다. 이런 밤이 잦아만 간다.
뒤척거림이 심했는지 옆에서 함께 자던 엄마가 잠에 젖은 목소리로 물었다. 안 자고 뭐하냐고. 생각이 많아서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에 엄마는 무심히 말씀하셨다. 생각을 하지 마. 그러고는 이내 이불속에서 손을 꺼내 내 등을 토닥, 토닥 두드려 주셨다.
그러니까 엄마, 생각을 안 하는 건 어떻게 하는 거야? 묻고 싶었지만 토닥이던 손이 천천히 느려지고 있음을 느꼈다. 금세 다시 깊은 잠에 빠진 엄마를 바라보며 묻지 못한 질문까지 포함해 그날 나의 밤은 더욱 바빴다.
계획하는 생각에는 끝이 있다.
'무엇을 사고, 결제를 받고 이렇게 준비하면 일단락되니, 자 이제 시작해보자.' 행동으로 이어지면, 그때까지 해오던 생각은 끝이 난다. 하지만 사람을, 상황을 이해하는 생각에는 끝이 없다.
나는 왜 그때 그렇게 말하지 못했던 걸까?
혹시 내가 한 말이 상처가 되었을까?
그는 내게 왜 그랬을까? 그 말의 의미는 뭘까?
내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을까?
어떻게 해야 좋을까? 나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걸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밝은 빛이 있는 곳으로 이끌기보단, 어둡고 무겁고 아무도 없는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일이 많았다. 적어도 내 경우 그러했다.
그래서 명쾌하지 않은 생각이 밤을 괴롭히면 구구단을 외우거나 양을 셈했다. 주기도문을 외우기도 했다.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말아 달라고. 안 그래도 어두운 밤, 짙은 바닥으로 나를 이끌지 말라고.
쓸데없는 생각은 구구단과 양 무리에 밀려 잠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이에 밀리지 않는 생각이 있다. 그럴 땐 이해를 구하는 중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억지로 생각을 접는 대신, 당신을 그리고 나를 이해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그렇게 이해를 쌓아 가다 보면 우리의 낮에 더 해질 다정한 시간이 평안한 밤을 가져와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