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

by 양보

올 초 종영한 웹드라마 '에이틴'을 정주행 했다. 계기는 단순했다.

드라마 대사를 업로드하는 캘리그라피 계정에 ‘에이틴’ 속 대사를 올려달라는 요청이 꾸준히 있었다. 그 덕에 반 강제로 ‘에이틴’을 보게 된 것이다.


드라마는 수많은 고민과 선택 속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가는 '하나'뿐인 10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¹


십 대를 한 참 전에 지나온 내게 그 시절은 고민 없던 좋은 때로 회상된다. 하지만 정말, 그 때라고 고민이 없었을까? 주인공들은 우정 속에 진심을 고민하고, 진로 때문에 방황하며, 사랑을 몰라 고민한다. 그렇게 고민과 선택을 반복해가며 각 자의 길을 찾는다. 누군가는 대학에 진학하고, 누군가는 사회로 나온다. 걷는 길은 달랐지만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고민하여 내린 결론이란 점은 같았다. 확실한 소신을 가진 아이들의 발걸음은 당당했고, 나는 그 모습이 좋았다.


드라마 속 아이들의 고민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 역시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고, 관계 특히 사랑은 아직도 어렵다. 어쩌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는 고민은, 우리가 어리게 생각하는 십 대부터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모습은 나와 달리 성숙했다. 우리가 한 고민의 주제는 비슷했을지 몰라도, 고민하는 방법은 달랐다. 그때 나는 현실이 우선이었다. 성적에 맞춰 대학을 결정했고, 취업이 잘 될 학과를 골랐으며,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선택하려 했다. 눈에 튀지 않는 안정적인 길.


반면 주인공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건 뭔지, ‘자신’에 대해 고민했다. 현실에 부딪혀 이루지 못할 때 올 박탈감이나 세상의 시선은 그들이 하는 고민에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했다. 어려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생각해보면 그 어느 때보다 부모와 선생님, 어른들의 결정을 많이 받는 나이다. 미성년자이지만 곧 성인이 될 결정적 시기에 놓인 열여덟의 아이들은 그래서 더, 어른의 시선에 예민하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고민을 멈추지 않았고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해나갔다.


에이틴 2 마지막 회 내레이션



먹고사는 일도 바쁜데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 중요할까? 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렇다’는 확신이 들었다.

‘에이틴’, 열여덟 살로 시작한 드라마는 시즌2를 거치면서 열아홉 끝 자락에서 이야기를 끝낸다. 이후에 이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우린 알 수 없다. 하지만 주도적으로 자신에 대해 고민하며 선택하는 방법을 익힌 아이들은 어떤 결과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알며, 후회 없이 다음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잘하는 것은 더 잘해가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삶에서 오는 지침을 위로받을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도 있겠고, 할 수 없는 일도 만나겠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그 상황 속에서도 잘 맞는 선택을 내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생활, 직장생활까지 시즌제로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나도 한 표를 던졌다.


한 번의 퇴사 후,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행복할 것 같은 생각에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 일로 돈을 벌 정도로 잘하는 건 아니란 사실도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 좌절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계속 이어나가, 마음이 울적할 때 쉴 수 있는 피난처로 삼고 있다. 체계를 세우고 문서화하는 일을 잘한다. 덕분에 회사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비록 좋아하는 일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기본적인 삶을 지켜주고 좋아하는 일까지 할 수 있게 자금 형성을 해준다는 생각이 들자, 잘하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를 기준으로 삼자 누군가의 시선이나 잣대에서 자유로워졌고, 이는 남들과 사는 모습이 조금 달라도 쉽게 불안해지지 않는 단단함을 주었다. 무엇보다 명쾌한 기준은 싫은 일, 불합리한 상황에서 빛을 냈다. 거절하는 데 있어서 마음속 갈등이 줄었다. 그럴수록 그동안 내 인생을 다른 사람의 취향에게 맡겨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일은 자격증을 따고 외국어를 배우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걸, 기대하지 않고 본 청소년 성장드라마를 통해 배운 시간이었다.




1 네이버 드라마 소개 글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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