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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Nov 05. 2019

동백꽃 필 무렵 : 대사 편 3

인스타에 올린 짧은 코멘트들과 함께 업로드합니다.


인스타에 대사를 요청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이때 많이 요청했던 대사. "도망가 버릇하면 끝이 없다."

소확행을 하나, 둘쯤 갖고 있는 요즘 세대를 보며 일부에서는 포기가 빠르고, 인내할 줄 모르는 나약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도망과 일맥상통하면 안 된다.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는다는 건, 집중할 곳에 집중하기 위한 에너지 관리 방법이 된다.

육 년간 동백이를 봐온 옹산 식구들은 동백이를 탓하기도 하고 미워도 했지만, 그 사이 정이 들어버렸다. 오래 버티고 있던 동백이의 진심이 결국 전해졌다. 까불이를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사는 건 버텨서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 삶에서 소중한 것들을 찾는 일, 거기서부터 버틸 힘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했다.


시종일관 다정한 사람.

용식이의 말에 우리가 위로를 받는 건 진정성에서다. 보기 좋은 말, 그럴싸한 말로 포장함이 아닌 그녀를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이 하게 만든 말이기 때문이다. 용식이는 언제나 동백이 편에서 생각하고 말했다.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나 내가 생각할 때 필요한 말이 아닌, 그녀가 듣길 원하고 그녀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보너스 같은 사람 :)





옹산의 곰, 용식이만 박력 있는 줄 알았는데, 역시 잠자는 하마는 더 무섭다.
질질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의 삶에 자신감을 갖게 된 동백이가 찬란하니 예뻤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버릇없게 반말 쓰고 그러지 마요. 심장 나대다 죽을 것 같으니까 >_<


종렬이는 지금도 동백이에게 올 상황이 못 된다. 한 가정의 남편이고 한 아이의 아빠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답답해 미친다. 언제나 삶은 종렬이에게 친절하지 않았고, 가장 좋은 것을 앗아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인생을 고작 상황에 맡겼다. 그래서 지금까지 상황에 끌려다니고 있다. 그러니 지금까지 미뤄왔던 책임을 뼈아프게 치를 수밖에.


까불이는 살해 현장에 같은 메모를 남겼다. "까불지 마"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그 말을 동백이도, 그녀의 엄마도 했다.

종렬이처럼 가난하고 약하고 고된 인생은 동정하거나, 박복한 팔자라고 무시하는 일은 생각보다 특별한 일이 아니다. 우리 주의에 흔하고, 내 안에도 자연히 배어있다.

동백이는 그런 시선에 이제 도망가지 않는다. 자신을 알고, 봐주고, 이해하며 사랑해준 한 사람이 그녀의 인생이 얼마나 훌륭하고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한지 진심으로 알려줬기 때문이다. 어쩌면 까불이도 그녀처럼 편견 된 시선 속에 살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둘이 살아온 삶은 달랐다.

곁에서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편견이라는 게 실은 엄청 크고 대단한 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마저도 편견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까불지 말자!


예뻤다. 환하게 웃는 동백이가 너무 예뻤다.


사랑받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이러하구나 싶을 정도로 반짝였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용식이도 예뻤다.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띵대사


"사랑은 언제나 행복과 기쁨과 설렘과 용기만을 줄 거라고?
  고통과 원망, 아픔과 슬픔과 절망과 불행도 주겠지?
  그리고 그것들을 이겨낼 힘도 더불어주겠지. 그 정돈돼야, 사랑이지"

  #괜찮아 사랑이야 중에서.


항상 젠틀한 우리 용식이. 월반도 참 젠틀하게 하네.
그리고 만두 같은 사랑이 이런 거일 줄이야 >_<


앞 선 장면에서 반말로 훔치고 들어오는 박력 용식! 도 너무 멋있었지만, 나는 이 대사에 한참을 머물러있었다.

소중히 여김을 받은 사람은 어디 가서나 존귀한 대접을 받는다. 대접을 받아봤기에 누릴 줄 안다면 그건 갑질이 되기 쉽다. 그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중히 여김을 받았기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대한다. 존중받는 기분이 어떠한 줄 아니까. 선한 순환으로 그 사람은 다시금 소중히 여김을 받는다.

그 시작을 용식이가 하고 있다.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는 마음, 존중하는 자세. 그의 자상한 태도에 나는 눈물이 날뻔했다.


애는 어려서 모를 거야.
종렬이는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닐까?

동백이는 필구가 어른스러워서, 모든 게 상처가 되어 그 아이를 또다시 나이에 맞지 않게 자라게 할까 봐 조심하는데. 종렬이는 너무 자식을 모른다. 필구보다 더 어린애 같다. 자기 자신만 아는 어른애.



용식이의 말.. 나도 종종 엄마에게 하던 말이었다. 그래서 용식이가 엄마한테 옷 좀 사 입고, 새 신도 사서 신으시라고 할 때 맞장구를 쳤다. 왜 자식 마음 몰라주냐며 서운해했다. 하지만 덕순 여사가 빨간 티를 벗어버리는 장면에서 울컥하고 말았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자식인가 보다.

빨간 티를 입은 것도, 벗은 것도 어느 하나 자신을 위한 선택은 없었다. 모두 자식을 위해서였다. 그게 부모 마음이라는 걸... 나는 조금도 알 수 없던 것이다.


아.. 어머니 멋있어 >_<


점잖은 박력은 무엇?
존대와 사투를 가득 넣어도 종렬에게는 강하고, 동백이 앞에서는 한 없이 약한 애교 가득한 용식이는 완벽. 에엔젤? 유니콘. 당신은 무엇?

자기의 위치를 모르는 종렬과 잘 아는 용식의 본격 비교 구조다.


상황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 너무 자주 잊는다.

그래서 종렬이는 사람을 잃었다. 나를 자주 웃게 해주는 사람, 더 나은 상황 속으로 나를 인도해주는 사람.

#사랑인가요 그대 나와 같다면 시작인가 맘이 자꾸 그댈 사랑한대요 온 세상이 듣도록 소리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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