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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Jan 14. 2020

어쩌다 인터뷰

며칠 전, 한 신문사의 기자분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기자님은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대한 자료를 찾다 내 인스타를 본 듯했다. 인터뷰 요청도 인스타그램 DM으로 왔다. 많은 드라마 대사를 캘리로 작업해 놓은 계정을 보며 콘텐츠 양이 상당하다, 팔로우 수도 꽤 많다는 반응을 보이셨다. 그러면서 야구를 모르는 소위 '야알못'이 <스토브리그>에 빠진 이유, 이 드라마의 매력이 뭔지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제안을 받고 고민했다.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고, 내가 뭐라고 인터뷰를? 이 생각이 컸다. 기사에 이름과 (나이...) 계정 공개를 두고도 한참 고민했다. 게시물을 올릴 때 내 생각을 담은 코멘트도 함께 써왔다. 언론의 파급력을 떠올리며 부족한 인성이 글에 묻어 읽는 이에게 상처는 주지 않을까, 공감되지 않은 글에 비난이 실리진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부분을 이해해주신 기자님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삼십 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어제 기사가 나갔다. ["조직 혁신 위해 잘못된 관행 바꾸려는 백단장에 공감"(기사바로가기)]

짧은 시간에도 나란 사람이 어떤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기자님은 센스 있게 기사를 작성해주셨다. 그리고 별 일 없다. 기자님이 조금 늦게 기사 유알엘과 지면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그동안 나는 기사가 나갔는지 몰랐을 정도로 정말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살았다.


인터뷰를 할까 말까 고민할 때 친구 강지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뭐든 그렇겠지만 언니는 특히 글이랑 관련된 거라 꾸준히 하면 들어오는 결과물도 꽤 클 것 같아요. 언니 꾸준함은 진짜 귀한 거예요."

실명과 계정을 공개할지 고민할 때 제스 언니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같이 공감할 사람들이 더 많을 거야."


사실 드라마 대사를 캘리 작업하면서 텔레비전만 보는 사람 같기도 하고, 오랜 작업으로 어깨와 손목 관절에 문제가 생기면서 이게 맞나,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 싶었다. 그런데 내 걱정이 또 헛되다는 듯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조금 허탈했다. 그러나 이내 마음에 다짐이 들었다.


안 그래도 올해 다짐한 게 있다.

구더기는 무섭지만 장은 담자. 자기 비하 금지.


친밀한 이들의 말에 다시 한번 부정적인 시선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인터뷰가 정한 마음을 시험하고 또 확신을 주기 위한 올해 첫 관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하는 것 말고 달리 잘하는 게 없는데 계속하다 보니 좋아하는 드라마로 이렇게 인터뷰할 기회가 주워졌다. 내 글이 위로를 된다는 여러 사람의 격려도 받고 있다. 다소 민망하지만 이런 글을 쓰는 건 자랑과(하하하) 기억하기 위함이다. 올해 아니 앞으로 있을 여러 시도해보지 않은 일들에 오늘을 기억하자고.


더불어 자신이 잘하는 것, 아주 사소해 보이는 거라도 인정해주세요.

언제고 당신을 격려하고 자랑스럽게 해 줄 거예요.

 :D


동아일보, 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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