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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Feb 05. 2020

낭만 닥터 김사부 시즌2

그리웠어요 김사부 잔소리~

김사부가 돌아왔다.

괴팍하고 말 밉게 하는 김사부. 그에 대한 첫인상은 괴짜 꼰대다. 게다가 친절하지도 않으니 사람들에게 미운털 박히기 쉽다. 요즘 같은 때에 꼰대라는 타이틀은 모두가 수취거절이다. 이를 의식한 건지 4년 전보다는 김사부가 친절하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이 걱정스럽긴 했나 보다. 1화에서 수간호사인 오명심이 김사부를 꼰대라며 걱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김사부를 안다.

그는 상대의 잘못을 문제 삼아 인신공격하며,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는 도구로 사람을 이용하지 않는다. 눈 앞에 보이는 실익보다 의사로서 자신이 하는 일이 갖고 있는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잊지 않는다. 모두가 돈을 쫓아 인격도 팔아먹는 세상에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오롯이 집중한다.

 

더불어 자신과 함께 하는 사람들도 소중히 여긴다. 그렇다고 자신의 신념이 무조건 옳다며 강조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그 길로 가면 험한 꼴 당할게 불 보듯 뻔한데도, 기어이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은 차은재에게 김사부는 이렇게 말한다.


"겪어 보는 것도 약은 되겠지."

비록 차은재 선생은 자신이 선택한 방법으로 상처를 입지만, 김사부의 조언이 있었기에 그녀는 빠르게 깨닫고 삶의 자세를 바꿔나갈 수 있었다. 이런 김사부를 어찌 꼰대일 수 있겠는가. 10화에서 차은재는 김사부를 열린 꼰대라고 증언하기에 이른다.


“솔직히 처음엔 앞뒤 꽉 막힌 꼰대인 줄 알았는데 볼수록 열린 꼰대셨어. 본좌급 열린 꼰대.


사실 초반 차은재는 답답 고구마 여주였다. 시즌제다 보니 자연스럽게 윤서정과 차은재를 비교하게 되었다. 두 인물 다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지만, 실력이 있고 해내려는 의지가 강했던 윤서정에 비해 차은재는 핑계를 찾고, 여러 번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 답답함을 자아냈다.


하지만 김사부와 돌담 식구들이 그녀를 포옹하는 모습에서 나의 부족함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얼마 전 읽은 '90년대생이 온다'에서 한 대목이 눈에 들어왔었다.


' 나 하나 챙기기 어려운 각자도생의 세상 속에서.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를 기점으로 멈춰버린 에스컬레이터와 이를 대신한 유리 계단 위에서 우리 모두에는 여유라는 단어 대신 조급함과 억울함만이 생겨났다. 이렇게 모두가 억울한 세상에서는 특별히 청년들을 위한 자비를 베풀 여유가 없다.... 같은 곳에서 바우만은 젊은이에 대한 공포를 '젊은이들을 또 다른 사회적 부담으로 여기는 시각'이라고 풀어낸다.'   (90년대생이 온다 중 P31)


차은재가 있는 조직은 더할 나이 없이 빠른 속도와 실력이 강조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수술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외과의사라니. 모두가 그녀의 실력을 의심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감을 갖긴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오지 못하는 그녀를 버리고 가려는 거대 병원과 달리 돌담 병원은 그녀를 기다려주었다.


김사부는 차은재에게 수수실 트라우마를 진정시켜줄 약을 처방해준다. 하지만 우린 안다. 그 약이 진짜 약이 아닌 단순 소화제라는 걸. 그러나 차은재는 그 약을 먹고 정말로 심적인 안정을 취해 수술을 잘 끝마친다. 김사부는 그녀의 약점을 공격하지 않았다. 억지로 끄집어내 몰아붙이기보다, 그녀의 속도에 맞추는 편을 택했다. 그리고 자신도 수술실이 겁났던 적이 있다며 이해와 공감으로 격려해준 배문정 선생도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서서히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말 돌담만큼 열린 조직도 없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차은재가 겪은 그러한 시기는 내게도 있었다. 개구리가 되자 계속 올챙이 적을 잊는다. TV로 보는데도 그녀를 향한 여유가 부족했었다. 그러면서도 참 어른, 좋은 스승을 만나면서 변화되는 차은재와 서우진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리더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력이 있지만 자만하지 않고 소신을 지키는 리더. 기다려줄 줄 아는 여유가 있는 리더.



왜 내겐 이런 리더가 없냐고 한탄하는 글에 한 인친님이 댓글을 달았다.


'현실에 이런 김사부가 없으니 제가 김사부가 돼보려는 노력을 하고 싶게 만드는 대사네요.'


이래서 드라마 대사를 쓰고 나누는 것 같다. 인친님의 댓글이 참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다. 없다고 불평하지 말고, 내가 먼저. 물론 그렇게 되기에 김사부는 어벤저스 급이지만 이상적 모습을 품고 그려 봄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나쁠 것 없다 생각한다.


그리고 시즌 2는 조금 더 김사부 개인의 이야기로 들어간다. 물론 제자들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되겠지만 과거 악연스러운 인연으로 묶인 박민국 원장과의 대립을 통해 안정적으로 보이는 어른, 선배 그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김사부의 잔소리 참 그리웠는데, 웰컴백.

이번에도 김사부를 통해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그 낭만을 즐길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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