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드라마 장르 중 사극을 좋아한다.
지금 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느리고 답답해 보이지만,
지금과는 다르게 상대방을 조심스러워하고 소중히 여기며,
그 마음을 확인하면 믿음으로 끝까지 가는 그 순정,
그 애뜻한 마음이 너무나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어려운 정통 사극보단 사랑 이야기가 잘 섞인 퓨전 사극을 좀 더 선호한다.
이민호, 김희선 주연의 이 드라마는 김종학 감독의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진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나도 동시간에 방영된 <골든타임>과 번갈아 가며 봤었으니까...
종영 이후 내가 이 드라마를 10번이나 다시 본 이유는 <신의, 信義 > 때문이었다.
타임렙스 소재로 현 시대를 사는 성형외과 의사 유은수(김희선)이 최영에 의해
고려 시대로 오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로 본래 제목은 <神醫> 하늘에서 온 의사- 정도 되겠다.
그러나 표절시비로 제목을 <神醫> 에서 <信義 >로 바꾸었다.
나는 바뀐 제목이 훨씬 마음에 든다.
이 드라마는 하늘에서 온 의사-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내가 볼 때 믿음과 의리에 대한 이야기다.
극 중 이런 대사가 나온다.
최영은 자신이 한 약속은 목숨으로 갚았다. 실제로 그로 인해 죽음 문턱까지 갔다 온다.
목숨을 쉽게 내 놓을 수 없는 것이니 그 만큼의 믿음이 오고 갔다는 뜻이겠다.
누군가 내게 목숨을 걸고 약속을 한다면, 나는 목숨을 걸고 함께 할 수 있을까?
그러기에 요즘은 '믿음'이란 개념에 많은 '의심'이 붙어져버린 것 같다.
'믿는다'고 말하지만 그 단어가 나와 상대방의 행동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능력 없는 단어가 되어 버린 듯 하다.
그래서 바보같고 고집불통에 매사에 진지해서 미련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던
최영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는 매사에 진심이었으니까.
그 진심은 모두를 바꿔놓을 정도로 힘이 있었으니까.
이렇게 보면 이 드라마는 '하늘에서 온 의사' <神醫> 가 아니라
최영 장군의 <信義 >을 지키기가 주된 스토리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난 마지막 장면을 참 좋아한다.
그 동안 최영 장군이 신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내용이라면
마지막은 왠지 은수가 최영에 대한 신의를 지키기 위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나왔기 때문이랄까?
물론 그곳엔 또 흔들리지 않고 기다리는 최영 장군이 있었지만 :-)
자신의 마음 뿐 아니라
상대의 마음까지도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는 그 자세.
믿음으로 오고가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들.
이젠 드라마에서 조차 쉽게 만나기 힘든 시대가 되어 그런가
10번을 다시 보았어도 또 다시 보고 싶어지는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