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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Apr 01. 2020

이어즈 앤 이어즈

'이어즈 앤 이어즈'는 영국의 한 가정을 중심으로 2019년부터 2034년까지의 가까운 미래를 정치, 기술, 사회, 환경 등 다양한 소재로 풀어낸 현실적인 SF 블랙코미디다. 안 그래도 집순이 었지만 코로나 덕에 티빙, 웨이브에 이어 넷플렉스와 왓챠까지 보고 있다.


'SF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를 보는 순간 '블랙 미러'가 떠올랐다.

다만 '블랙 미러'가 특정 기술에 주목하며 그로 인해 한 인간이 어떤 영향을 받고,  변하는지에 집중했다면, '이어즈 앤 이어즈'는 라이어스 가 사람들을 통해 기술의 발전이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모습이 굉장히 현실적이다.


가족들은 '시료느'라 불리는 음성 인식 장치로 정보를 검색하고 가족 간 그룹 통화를 한다. 혼자 대저택에 사는 할머니가 '시료느'의 이름을 자주 잊어먹어 와인장 문에 붙여놨다. 그 모습을 보는데 냉장고 문에 적어 놓은 '헤이 카카오'를 보며 부르던 엄마의 모습과 겹쳤다. 이 외에도 핸드폰으로 결제를 하거나, 영상 통화를 하는 모습, 드론으로 촬영하는 장면 등은 현재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꾸준히 흐른다. '이어즈 앤 이어즈'는 아이의 생일 케이크에 꽂힌 수나, 새해 폭죽놀이 등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세상에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 발명되고,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터져도 우린 그저 하루를 산다. 라이어스 가 사람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드라마 제목답게 한 해 그리고 한 해를 보낸다.


하지만 그렇게 15년이 흘러 그들이 맞이한 2032년은 2019년에 상상하지도 못한 삶이었다.




발전된 기술이 일자리를 가져갔고, 나와 상관없다 생각했던 난민 문제가 가족의 일이 되며, 수많은 주의와 경고에도 무시되었던 환경 문제로 인해 80일 넘게 비가 오는 기상 이변을 겪으면서 먹거리마저 달라졌다. 투표를 하지 않아 전 국민 의무투표가 되어가는 사이, 황당한 공약과 말로 요란스럽기만 했던 비비안 룩이 총리까지 오르면서 빈부격차에 의해 지역이 통제되고, CG까지 도입된 가짜 뉴스가 횡횡하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가 발전되었다고 하나, 기침은 하는지 열은 없는지 전염병 증상을 확인하며 사람을 만나야 하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 SF 드라마라면서 현실로 와 닿는 이야기에 소름이 끼쳤다. 그러했기에 할머니의 꾸지람에서 그녀의 손자, 손녀들처럼 나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다행히 이야기는 여타 SF물처럼 허망하게 열린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라이언스 가 식구들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봤고,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 뒤로 갈수록 고조되는 이야기오에 외국 드라마에 취미가 없음에도 몰입되어 봤다.


코로나와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 보면 생각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 드라마라 생각된다.

과연 나는 15년 뒤에 어떤 미래를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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