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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Apr 06. 2020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대사 편 1

'먹고사는 것, 돈 때문에'라는 이유가 노골적이어서 멋없어 보이긴 하지만

사실 살아내는데 이만큼 중요한 일이 더 있을까?

가끔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들어 문제이지만, 때로는 살아내기 위해 살아가게 되는 순환도 있다.


서울에서 도망처 온 해원을 보며 내게도 있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땐 무능한 내가 싫었고, 실패자라 스스로를 단정 지었는데 지나온 지금 그 시간이 내게 필요했음을 깨닫는다. 인생에 때론 도망치기도 하고, 숨는 시간이 분명 있다고. 꼭 필요하기보단 그냥 그런 시간이 있고, 그 또한 살아가게 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천천히 흐르는 이야기가 마냥 지루하지 않았던 건, 공감 가는 상황들 때문이며 그것들을 지진하게 풀어 헤치지 않은 전개도 좋았다.

첫사랑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 아이린

매일 밤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는 그녀를 위해 먼 곳에서 굿나잇, 평안한 밤을 빌어주는 은섭.

그녀를 떠오르며 적는 글은 전부 서정 시이며, 로맨스 소설이 된다.

모두들 굿나잇.

내겐 너무 싫은 계절인 겨울을 누군가 이렇게 고되  한다.

그 며칠, 몇 주 찰나 같은 순간을 위해 일 년을 기다리는 은섭.

그의 말도 안 되는 순정을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모든 오해의 시작은 나만큼 네가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있고, 모든 비극의 시작은 이 말을 해도 너는 이해하지 못하는 데 있다. ' #이애경 #너라는 숲. 내가 자주 떠올리는 문장.


나와 달라 좋은 그대라지만 다름을 탓하고 핑계로 삼는 건 내가 생각하는 낭만과 다르다.

오해, 라는 말이 이렇게 일방적인 단어로 오래 남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해원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에필로그가 참 예쁘다. 책과 그름에도 귀가 있으니, 편애하는 마음을 숨긴 다는 이 남자

말 한마디, 생각 한 마디가 곱다.

불면증으로 밤을 새우는 그녀처럼 그도 밤 깊이 깨어 있다.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라니, 어둠 속에 더 진실이 드러나지는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라

너무 아름다운 이유로.

타인의 감정에 관심 갖는 일이 서툴다 생각해왔다. 그래서 이기적인 사람이라 여겼는데, 사실 아닐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을 비롯 주변 인물의 감정까지 헤아리고 있더라. 드라마보다 덜 명확한 표현과 장면은 더 오래 생각했고 내 안에서 재구성되면서 그들을 이해하느냐 많은 에너지를 써왔다. 사실 그게 소설의 매력일 텐데, 삶이 지쳤었나 보다. 소설을 멀리했다.

해원이 북현리로 돌아오면서 다시 소설을 읽게 되었다. 나도 조만간 다시 소설을 읽게 되는 날이 오길.

#정승호 #술한잔


소설의 한 구절, 시 한 편을 외우는 건 척박한 땅에 물을 머금게 하는 는 일과 같다.

이런 독서 모임이 있는 동네라니, 꼭 가보고 싶다.


한 사람이 저지른 죄를 관계있는 사람에게 연대하여 지게 하고, 처벌하는 제도를 연좌제라고 한다. 나는 사극을 보며 연좌제란 벌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이 제도는 1894년에 폐지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 속에 있는 호기심, 질투, 잘못된 연민이 소문을 만들어내면서 연좌제를 부활시킨다.

과연 나는 돌을 들어 칠만큼 죄가 없을까?

해원의 대사는 짧지만 묵직하고, 기존에 보던 면이 아닌 다른 부분을 생각하게 한다.

날씨가 좋다면 찾아가겠어요의 시청률 견인은

탄탄한 원작과 소설보다 훨씬 소설스럽게 사랑스러운 은섭이라고 생각한다.

눈빛 장인 스타트!

알면서 모르는 척 자리를 피해 줌으로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갖게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 무렵, 쓸쓸해지기 전 은섭은 조용히 나타나 위로한다. 모두 바라는 배려. 그의 마음이, 태도가 참 예쁘게 담아지는 드라마다.
은섭이 전한 위로는 은섭 본인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결이 닮은 외로움을 갖고 있단 생각이 든다.


#정호승 #수선화에게

'은빛 늑대의 눈썹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는 은섭의 이야기가 아닐까.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속 담긴 책 문장, 시 한 구절, 전설 같은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의미를 갖지만 등장인물과 어우러져 새로운 의미를 전달해준다.


에둘러하는 말보단 본론으로 들어가는 걸 선호하지만, 누군가의 속마음이라든가

아픔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알 듯 하나, 모른 척 넘어갈 수 있게 말해줌이 좋다. 사실 무슨 말인지 이미 아니까.

날이 선 말들에 지친다. 그러니 모른 척할 수 있게, 피할 길을 내주는 이야기 꾼들에게 감사하다.


보영이 입에서 '난 널 위해서'라는 말을 듣는데, 불길함이 느껴졌다.

상대를 위한다는 마음은 선한 것이다, 는 잘못된 전제가 그릇된 행동을 포장하는 일이 허다했기에..

아니나 다를까 사과를 받아주지 않자 보영은 '솔직히 전부 내 잘못은 아니잖아', 감춰둔 진심을 말한다.


장우에게서 보영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해원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그녀가 설명한 '오해'에 대해 문장으로 이해했지만, 이 장면을 보고 나니 감정적, 상황적으로 전부 이해되었다. 그동안 해원에게 보영이로 대표되는 과거 일이 얼마나 큰 상처였을지.


보영이가 말하듯 둘 사이의 일이 오해였다면, 학교에 해원이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퍼졌을 때 그녀는 사과를 해야 했다. 하지만 보영은 상처 받는 해원을 피했고, 지금처럼 조금은 어리숙하게 행동하면서 사람들에게 동정을 받았을 것이다.


소설에서 보영이를 뒤에 두고 친구들이 말한다. "그 애는 맨날 혼자 양심 있는 척하더라. 할 거 다 하면서."

그녀는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가장 진실된 마음을 잃었다. 어쩌면 해원은 보영이 자신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모두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랐고,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해석 기준도 제각 기지만, 그래서 생긴 오해가 갈등도 만들지만, 사랑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상대가 이처럼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타입이 아닐 때 가능한 일이다. 이 일로 해원은 편안한 밤, 단 잠을 잃었다. 잔잔한 풍경 속에 참으로 시린 이야기다.


... 우리가 하는 선택 중 책만큼 자신의 현재 상태를 노골적으로 나타내 주는 것도 없단 생각이 들었다. '요즘 뭐 읽어'라는 질문이 안부를 묻는 것처럼 들리고 그럼 나는 읽고 있는 책 내용과 함께 일상을 나눈다..

그렇다고 항상 관심 분야의 책만 읽는 건 아니다.

마치 은섭이 자신이 읽는 책을 해원이 따라 읽을까 싶어 평소보다 신중히 책을 골랐던 것처럼, 나도 요즘 뭘 읽는지 물어올 당신을 위해 책을 고르기도 한다 내 관심에 당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책이 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당신의 일상이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을 즐긴다. (브런치에 기재한 #요즘뭐읽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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