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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Apr 06. 2020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대사 편 2

질문을 삼킨 건 상대에 대한 배려였다.
말하지 않은 일을 굳이 물음을 통해 헤집어 놓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질문이 예기치 못 한 벽을 만들었다. 그제야 생각했다. 질문을 삼킨 건 상대를 위함이었나, 책임지고 싶지 않은 혹은 감당할 수 없는 나를 위함이었나.

질문은 너를 위함도 나를 위함도 아닌 우리를 위해 했어야 했다고. 적어도 홀로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고 있게 하진 말았어야 했다.

맞아,라고 답하고 해원의 얼굴을 살핀다.

"우리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해볼까?"

시종일관 아이린을 바라보는 은섭은 참으로 섬세한 사람이다.

그녀와 춤을 추는 상상만으로도 부끄럽고 행복해지다니, 이런 사람 또 없나 환상을 만들어내는 남주가 오랜만!

모든 첫사랑은 과거 완료?
... 유사 이래 모든 과거는 한 번도 완료된 적이 없다. (#날좋찾 p119)

매일매일 하루하루를 늘 똑같이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주변의 사람들이 늘 그 자리에 있길 바라는, 내 나름의 시간을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아무튼 계속, 김교석 저>

북현리 남자는 말수가 참 적다. (어디에나 논외가 있듯 장우는 제외하고) 오영우는 해원을 보고 그대로라고 했다. 자신도 그렇다고, 그때 그 마음이라고. 응 은섭이도 그대로야. 그때 마음 그대로 �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장면�
시골에 찾아드는 밤은 서울과 비교할 수 없게 어둡다. 북현리의 밤이 낯선 해원을 위해 발 끝에 빛을 비춰준다..

은섭의 수줍고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는 이 장면은 1화에서도 나온다. 그때 해원은 퉁명스러웠는데, 지금은 발 끝에 비치는 불 빛만 보고도 은섭이 있음을 깨닫고 미소를 띤다..

“데려다줄게”라는 말 보다 “어둡다”는 그 한 마디에 울림이 깊다. 혼자 걷는 길에 한 사람이 더 해지면서 발 끝에 빛이 드리워진다. 멀리 내다볼 순 없지만 눈 앞에 놓은 길을 조심히 함께 걷는다. 어딘가 이상적인 동반자의 모습이겠다..

고작 밥 한번 같이 먹은 걸로 해원은 왕따에서 벗어났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고 가을을 지나 봄을 만났다.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응 열여덟, 고작 열여덟이었잖아.
영우는 해원에게 변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녀는 변했다. 마음이.
고마웠던 영우의 시간은 흘렀고 다시 겨울에 놓였던 그녀에게 은섭이 봄처럼 다가왔다. 날씨가 부드럽게 풀리고 있다..
그나저나... 어하루의 A3가 여기서도 탑원, 탑 투인 가요 �

몰랐는데 어느 날 문득 내가 외로운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떨까, 기분이.

해원에게 외로움은 오래된 감정이다. 그 날 이후 그녀는 따뜻함, 환대 같은 건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굿나잇 책방에서 지내는 동안 밝음 속에 있었다. 일어남과 잠드는 때에 당연하다는 듯 건네는 인사, 혼자 먹지 않아도 되는 식사, 일정을 공유하고 빈자리를 먼저 알리는 사소한 일들이 그녀 삶에 들어왔다. 고작 5일인데, 가득 들어온 빛은 어둠으로 가자 빛의 부재를 단번에 들어냈다.

하나 그 외로움 속에 홀로 있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다. 지난 시간을 되짚어 볼 때 은섭을 만난 후 모든 게 행복과 안심의 순간이었다. 네가 좋아 은섭. (나도 좋아 은섭)

아무 말하지 않아도 돼. 네 눈 빛이면 충분해..
(네, 여러분 저 이제부터 주접 시작할 거예요!

가질 수 없다면, 마음을 두지 않으면 된다.

무슨 마음인지 너무 잘 알겠는데.. 그렇게 끊어내고 홀로 남으면 정말 괜찮은 게 되는 걸까?

“그래”
라니.. 살면서 들어온 고백의 대답으로 이만치 당황스러운 대답도 없었는데.. 그러고 또 후회하는 은섭이. 해원이 맘고생 좀 하겠지만 이렇게 귀여운 은섭이 ! 그 기간은 짧고 행복은 길거라서, 부럽다. 해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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