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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May 08. 2020

슬기로운 의사 생활 : 대사 편 1


드라마 보면서 웃을 일이 있을까? 얼마 전에 '멜로가 체질' 보면서 엄청 웃었는데 아무래도 이 드라마도 보면서 많이 웃을 것 같다. 자의적이지 않은 웃음. 사람 간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케미가 주는 웃음이 참 좋다.


진지한 삶 속 이야기를 잔잔한 유머 속에 흘려보내는 작품을 좋아한다. 최근 작중 '멜로가 체질'이 그랬다.


따뜻한 의사 이야기다. 병원 내 권력 이야기도 없고 사람을 살리려 애쓰며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음을 쓰는... 그러다가도 갑자기 밴드 라니 음치 보컬을 보는 데 유쾌했다. 따뜻한 사람들 이야기다.

롱윈터샘을 보며 진정한 을의 역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위치가 준 권력을 이용하지 않았다. 사실 아이의 엄마에게 심폐소생술을 했으면 살았을 수도 있겠단 말을 한건 잘못이다. 하지만 가망이 없다는 말은 교수(로 추정)가 시킨 말이고 그걸 전달할 수밖에 없는 자리다.


극 후반 노숙자 다리에 붙은 구더기를 거리끼는 내색 없이 손으로 떼어 내는 모습을 보고 정원은 장겨울 선생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 그녀는 좀 무뚝뚝했을 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혼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유로 삼지 않으며, 힘든 일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매력은 이러한 반전에 있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 구절을 생각나게 한다.

채송화 샘의 동창이라고 등장한 친구는 어딘가 어두워 보이고 예민했다. 과거의 엉킨 인연으로 동창이 채샘을 난처하게 하는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까 했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학드라마는 물론 기존 드라마의 포맷에서 예상되는 뻔한 스토리를 뒤엎는다..


친구는 유방암 수술로 가슴 한쪽을 절제한 수술을 했었나 보다. 남편에게 연락하지 않은 건 이런 자신을 예쁘게 보지 않을까, 더는 사랑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었고 그 마음이 우울증이 되었다..


오랜 병은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병들게 한다. 그 마음을 살리는 건 따뜻하고 진실된 말 한마디다. 그녀를 바라보던 채송화 선생도 그랬고, 할머니들의 자상함도 그렇고. 친구의 마음이 살아났으니 건강하게 퇴원하겠다는 미래가 그려져서 뭉클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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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캠핑을 가는 채송화에게 신경외과 팀원들이 함께 가도 되는지 묻는다. 윗사람이랑 같이 가는 주말 캠핑이라.. 불편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어렵지만 불편하지 않은 분’이라고 말한다.

나이를 먹어가니 자연스럽게 아래 동생들이 는다. 그들과 내가 갖고 싶은 관계가 이런 모습이다. 어렵지만, 불편하지 않은.

인신공격이나 무리한 난이도, 무례한 태도가 아닌 각 사람에 대한 관심, 존중, 실력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소신을 보이는 채송화를 보며 멋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이유겠다.

의사생활은 뻔한 클리셰를 깬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어른이 아닌 듯, 나이가 어리다고 무조건 철부지고 어리지 않다. 생각이 부족할 순 있어도 마인드는 겉모습만 어른인 사람들보다 훨씬 나을 때가 많다.

너무 단호해서 재수 없게 느껴지는 준완샘의 반전 매력도 가득했었지. (부적은 잘 갖고 계시려나).


자두만 한 심장도 아주 강하게 뛴다. 모든 생명이 너무나 소중한 이유다.

그래서 철이와 미애 아니지 견우와 직녀. 아 홍도와 윤복이는 흉부외과 결정? �

나 홀로 추리했었다. 신발.. 누가 사줬을까? 내심 홍도와 윤복이길 바랬는데... 갑툭튀 치홍샘 뭐야 >_< 비 오는데 검은 우비 입고 텐트로 오는 데 순간 살인마인가.. 싶었는데 순정만화였다니

비록 아이는 태어나 얼마 살지 못하겠지만, 엄마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뱃속에 있는 시간 동안 엄마의 사랑을 받은 아이는 짧은 생이지만 그래도 사랑받은 삶이라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 이후의 삶까지 생각해주는 의사 덕분에 산모도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불 짜장이 얼마나 맛있길래, 오빠가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CF을 찍고 계시는 걸까.


정말 짜장면을 먹으러 온 거 일지도 몰라. 이미 4회까지 뒤통수 여러 번 맞았어. 난 방심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입꼬리는 왜 계속 올라가는 거죠?)

형사 출신 아빠는 자신을 위해 수술대에 올라준 딸 앞에서 하염없이 우는 울보가 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항암 치료 중인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가장 비싼 판막, 사실 판막에 그런 종류가 있지도 않지만,으로 이식을 해달라고 의사 선생님께 연거푸 부탁을 한다..


1-2회에서 아이 앞에 울먹이던 엄마들을 보았다면 5회에서는 자식 앞에 한 없이 약해지는 아버지들이 있었다. 살면서 나이가 들었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부모 앞에서 괜찮은 척 의연한 척하는 거짓말이 늘 때가 그중 하나다. 점 점 약해지고 여려지는 부모님 앞에 나는 자식으로서 더 강해진다. 그래도 내가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나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더 크고, 자식을 위해 눈물 흘리는 부모는 약한 듯해도 참으로 강하다..

친근하게 커피를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옆에 좀 있다 가겠다는 이 남자.... 갑자기 다정해졌다. 우리 송화도 치홍 샘도 직진이네.

오빠의 마음에 초콜릿을 문 비둘기가 살포시 내려앉았다. 역시 오빠의 연애에는 연륜이 있네요. 단도직입.

그런데 초콜릿을 줬다 다시 담았다 또 줬다 가져갔다.. 익순이 노린 거 아님?

#최고의피피엘입니다_지난주에_에그드롭먹었고_이번주에_초콜릿사러갑니다

#역시_친구여동생킬러_일관성있어_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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