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보 Jun 01. 2020

숨은 배우와 만나는 일

종 종 종영된 드라마를 다시 본다.

방영 중인 드라마를 보다보면 주인공의 전작이나, 작가의 전작이 떠오르기도 하고. 계절에 따라, 어떤 사건에 따라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생각나면 '정주행 시즌'이 된 셈이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지만 그래서 다시 볼 때 보이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 스토리에 쫓길 필요가 없으니 여유있는 시각을 갖게 되고, 그 사이 내게 온 변화로 똑같은 장면이 다르게 다가오게 된다. 이런 변화를 만나는 것도 다시보기의 즐거움이지만 요즘은 다른 즐거움을 찾았다. 그건 바로 숨은 배우를 발견하는 일.


최근 시작한 드라마 <화양연화>를 보다보니 감정 진한 드라마가 보고 싶어져 드라마<남자친구>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곳에 어린 지수 역의 전소니 배우가 김진혁의 오랜친구 조혜인으로 나오고 있었다. 거기다 차수현 대표 비서 장미진 역의 곽선영은 요즘 핫한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비둘기 커플, 이익순이 아니던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도 아닌데 몹시 반가웠다.


이런 만남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근래 들어 가장 쇼킹했던 동일 배우, 다른 캐릭터의 예를 들자면 순박하게 등장해 뭇 여심을 흔들었던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설지환 역을 맡은 이재욱 배우의 전작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마르꼬 한 이었다. 실제로도 당시 이 사실은 기사화되고 실검에도 오를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나고 나서 '여기에도 나왔었네' 알아차리는 기쁨은 남들은 모르는 한 사람의 과거를 내가 발견했다는 기쁨 그 이상이다.(뭐 남들보다 조금 일찍  또는 늦게 발견한 것일수도 있지만:) '오랜 무명, 불안했을 시간을 잘 견뎠구나. 성실하고 책임감있게 자신의 일을 해 왔구나, 꾸준했구나. 그래서 이만치 꽃을 피웠구나'  존경과 뿌듯한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꾸준한 사람 못 이긴다는 건 역시 학계의 정설임을 입증하듯 !



어쩌다 보니 끄적이며 글을 쓰는 일에도 오랜 시간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력 앞에 그만할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쑥 날쑥 든다. 이런 중에 근 일년만에 소식을 전한 동생이 글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낮부끄러운 칭찬을 건넸다. 그 말에 나는 또 힘을 내어 읽고 쓰는 중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스스로 보기에도 너무 미흡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간다면 꽃 피울 날이 올 것이라는 학계의 정설을 믿으며. 작품 속에서 배우를 다시 찾는 경험은 배우들에게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렇듯 내게도 남다른 의미라, 반가운 재회를 기다리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love yourself'로부터 자유해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