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배우와 만나는 일

by 양보

종 종 종영된 드라마를 다시 본다.

방영 중인 드라마를 보다보면 주인공의 전작이나, 작가의 전작이 떠오르기도 하고. 계절에 따라, 어떤 사건에 따라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생각나면 '정주행 시즌'이 된 셈이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지만 그래서 다시 볼 때 보이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 스토리에 쫓길 필요가 없으니 여유있는 시각을 갖게 되고, 그 사이 내게 온 변화로 똑같은 장면이 다르게 다가오게 된다. 이런 변화를 만나는 것도 다시보기의 즐거움이지만 요즘은 다른 즐거움을 찾았다. 그건 바로 숨은 배우를 발견하는 일.


최근 시작한 드라마 <화양연화>를 보다보니 감정 진한 드라마가 보고 싶어져 드라마<남자친구>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곳에 어린 지수 역의 전소니 배우가 김진혁의 오랜친구 조혜인으로 나오고 있었다. 거기다 차수현 대표 비서 장미진 역의 곽선영은 요즘 핫한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비둘기 커플, 이익순이 아니던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도 아닌데 몹시 반가웠다.


이런 만남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근래 들어 가장 쇼킹했던 동일 배우, 다른 캐릭터의 예를 들자면 순박하게 등장해 뭇 여심을 흔들었던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설지환 역을 맡은 이재욱 배우의 전작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마르꼬 한 이었다. 실제로도 당시 이 사실은 기사화되고 실검에도 오를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나고 나서 '여기에도 나왔었네' 알아차리는 기쁨은 남들은 모르는 한 사람의 과거를 내가 발견했다는 기쁨 그 이상이다.(뭐 남들보다 조금 일찍 또는 늦게 발견한 것일수도 있지만:) '오랜 무명, 불안했을 시간을 잘 견뎠구나. 성실하고 책임감있게 자신의 일을 해 왔구나, 꾸준했구나. 그래서 이만치 꽃을 피웠구나' 존경과 뿌듯한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꾸준한 사람 못 이긴다는 건 역시 학계의 정설임을 입증하듯 !



어쩌다 보니 끄적이며 글을 쓰는 일에도 오랜 시간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력 앞에 그만할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쑥 날쑥 든다. 이런 중에 근 일년만에 소식을 전한 동생이 글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낮부끄러운 칭찬을 건넸다. 그 말에 나는 또 힘을 내어 읽고 쓰는 중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스스로 보기에도 너무 미흡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간다면 꽃 피울 날이 올 것이라는 학계의 정설을 믿으며. 작품 속에서 배우를 다시 찾는 경험은 배우들에게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렇듯 내게도 남다른 의미라, 반가운 재회를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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