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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Jun 11. 2020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드라마 <상속자들>의 부제다. 나는 종종 이 부제가 얼마나 띵언인지를 깨닫는다.

셰익스피어 희극 '헨리 4'에서 유례   부제는 왕관을  자는 권력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드라마 방영  사회 경제면에서 대기업 후계 구도 기사나 유명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사에 자주 인용되고 있다.


이처럼 일상에서 밀접하게 소화되는 제목은 드라마를 강렬하게 기억시킨다. 물론  논리는 드라마  모든 작품들에 해당되지만.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문장 자체로 임팩트를 주는 제목을 만났다.

'(아는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말을 잃었다. 이 한 문장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얼마나 많은가.


드라마 대표이미지 / tvn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는 엄마 진숙(원미경 분) 졸혼 선포로  집이 발칵 집히며 시작된. 독립해서 집에 분위기를 알 수 없던 둘째 은희(한예리 분)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사는 막내 진우(신재하 분)에게 무슨 전조 증상이 없었냐고 물었지만 진우를 포함한 세 남매 모두 어찌 된 영문인지 알지 못했다. 첫째 은주(추자현 분)는 매사에 이성적이고 날카로워서 감정적이고 정이 많은 둘째와 자주 부딪혔고,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란 막내는 눈치만 늘었다. 심지어  은주와 은희는 4 전부터 서로 연락을 안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족이었기에 서로를  안다고 믿었다.  시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타인은 보지   모습까지 보며 내왔기에 우리는 어떤 상황에 다른 가족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있고, 대부분  예측이 맞았으므로 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하는지  안다고 자부하는 믿음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폭탄선언이 아빠의 사고로  1 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가족'이라는 타이틀이 쥐어  믿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우리가  믿음을 방패 삼아 서로에게 얼마나 무관심했고 당연시 여겼는지, 서로를 얼마나 모르는지 깨닫게 된다.




제목에서   있듯이 드라마는 가족애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실시간 댓글을 살펴보면 스릴러가 아니냐고  정도로 하나씩 밝혀지는 가족의 비밀은 생각지도  한... 아니 내가 아는 부모님이라면, 내가 아는 언니라면, 내가 아는 가족이라면 생각할  없는 일이다.


대사와 눈빛이 다른 말을 하는 묘한 분위기, 다 안다고 믿었던 이가 감춘 비밀의 무게는 자칫 ‘부부의 세계’처럼 충격과 공포로 몰아갈 수 있을 정도지만, 그런 요소들을 캐릭터와 연출의 힘으로 ‘가족 드라마’라는 큰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게 돕는다. 그렇다고 주말 저녁이나 평일 오후 8시즘 방송되는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로 만들지 않는다.


22살로 회귀한 아버지 설정과 삼 남매의 케미는 슬그머니 웃게 만들어 극을 부드럽게 하고, 너무 가볍지 않은 배경 음악은 상처받을 수 있는 장면에서 시청자의 감정을 감싸 안아 준다. 1회를 보면서 가족 버전의 멜로가체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빠른 호흡을 느꼈다. 이 또한 적당히 생각하되 지나친 고민을 하지 않게 하려는 제작진의 지혜로운 연출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첫 회, 첫 장면. 엄마한테 짜증내고 고심해서 이모티콘 보내는 장면에 내 모습을 보았다.


포스팅 기준으로 아직 4회 방송된 드라마다.

하지만 첫회  장면부터 공감이라 말하는 걸로는 부족한, 작가님이 우리 집에 다녀가셨나? 싶을 정도로 일상을 닮은 현실감과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오랜만에 몰입하여 드라마를 봤다. 우리 집은 반대 구조이지만, 냉철한 첫째와 사람 좋은 둘째의 논쟁을 보면서 언니와 나는 서로를 툭툭 치며 '네가 저래', ' 보는 '이라며 반응했고,   아빠와 엄마가 서로에게 무심해져서 투명스럽게 대화를 나누던 장면은 빨리를 개며 집안일을 하던 엄마까지 텔레비전 앞에 앉게 만들었다. 당신이 누군가의 가족이라면(그럴 것이기에), 공감할 장면이 하나쯤은 있다는 소리다.


‘(아는 게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이 제목은 허울 좋음이 아닌, 드라마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제대로 담고 있는 핵심이다. 그래서 불과 4회만 보고 이렇게 또 섣부르게 포스팅을 한다. 언뜻 ‘디어 마이 프렌즈’가 생각나고, 같지 않지만 느낌적으로는 ‘눈이 부시게’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그 보다 조금은 젊고 생활로 밀접하게 다가올 가족 드라마다. 당장 어제 내가 부모님께, 자매나 형제에게 한 행동을 반성하게 하고 다른 마음을 갖게 할 힘이 있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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