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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Oct 23. 2015

킬미힐미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시 한편이 생각난다.

너무 유명한 김춘수의 “꽃”


해리성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차도현은 자주 다른 인격들에게 몸을빼았겼다. 그 인격들의 억눌린 자아가 풀릴 때 까지 주 된 차도현의 인격은 잠들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집안이 엉망이 되는 일은 예삿일도 아니었다. 그는 다른 인격에 의해 끊임없이 죽음에 놓였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왕자의 키스로 눈을 떴고, 잠들어 버린 차도현의 인격은 오리진이 목 놓아 외친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눈을 떴다. 그래서 처음 오리진이 도현의 이름을 묻고 이에 대답하는 장면이 내 인상에 깊이 남았다.


다른 인격 속으로 감춰진 차도현을 깨운 건 오리진이 목 놓아부르던 그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른

차도현의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고나서야 사라졌다.


"이름이 뭐예요"

"이 눈빛을 하고 이 얼굴을 한 사람은  차도현입니다."





차도현의 삶에 등장한 여러 인격들이 리진이를 만나고

떠나도 되겠다- 마음 먹은 건 아마도

자신들의 이름을 기억해줄 사람이 생겼기 때문일 테다.

리진이는 인격들 하나 하나의 이름을 불러주며 제대로 마주했고

시간이 지나서 꺼내볼 수 있는 추억도 만들었다.

그리고 잊지 않겠다, 마음 먹어주었다.


그건 아마도 오리진과 차도현 역시, 바뀐 이름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시간을

차도현이란 이름으로

오리진이란 이름으로

살아온 삶을 기억하고 불러준 사람들 덕분에 붙잡혔던 경험 덕분에

인격들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릴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어설픈 추측을 해 본다.


 나는 시대에 한 획을 그을만한 업적을 남길 사람이 못될 것이다. 세상모든 사람들에게 내 이름은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이름은 나를 사랑하고, 나의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에 의해 기억될 것이다. 나와의 기억이, 기억해줄 사람의 시간에 기쁨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하는 시간들을 소중히 이름지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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