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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Jul 22. 2020

(아는 건 없지만) 가족입니다. : 대사 편 2


숨죽여 보았다. 냉정하던 은주가 소리 지르고 분노하며 폭력적으로 까지 변하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의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은주와 남편, 두 사람의 시작에 사랑은 없었다.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흑백사진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못 해도 5년의 시간이다. 은주는 아이를 낳아 가족을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매일 서늘히 변하는 남편이 혹 자신 때문은 아닐지 마음 졸였다. 그건 부잣집에 시집간 책임감이나 허영심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 눈엔 그녀는 자신만의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았다 함께해도 어쩐지 우리 집에 내 자리는 없는 것 같았으니까.


고집스럽게 혼자 감당하던 버릇이 점점 입을 무겁게 하고 마음을 걸어 잠갔다. 홀로 버틴 이 결혼을 그럼에도 누군가 들여다보며 괜찮다고 말해주길 바랬을지도.


사과가 쉽고 감정도 빠르게 변하는 동생이 너무 꼴 보기 싫은데, 자신과 다른 그 부분이 또 한 없이 부러워. 동생이 밉고 자신이 밉고. 그런 상황이 아닐까 싶어서. 날 선 말은 너무나 아프지만 자매의 모습에 여러모로 공감이 가서.... 자꾸 감정 이입하게 된다.



하나, 가족이지만 모른다.

둘, 가족이라 모른다.

셋, 가족이라 모른 척할 수 있다.


하나는 은희, 둘은 은주, 셋은 시댁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세 가지 명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적용되었다. 첫 번째와 두 번 째는 안타까움이고 세 번째는 아차- 하는 뜨끔 함이었다.

가족은 가족이라서, 떼어놓고 연을 끊을 수 없어서 조심스럽고 그렇게 못 본 척 상처를 키우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너였다면'이라는 말을 사용함이 덜 부담스러운 사이, 자매는 미친 듯이 싸우고 또 이렇게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한다.



은희가, 가장처럼 행동하는 언니를 싫어한 건 나도 열심히 사는데 언니만 그러는 것 같은 그 한숨이 알아주지 않는 속상함과 또 다른 부담이 돼서였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마음보다 더 크게 혼자 감당하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커져서 미움이 되었을지도.


그리고 그런 언니가 행복하지 못한 게 마치 내 탓 같아 그때 그렇게 돌아서지 말걸, 말릴걸 지금도 속상해서, 이렇게 타인 앞에선 다 이야기해도 언니 앞에선 삐뚤게 말한다.


마치 내 탓 같아서- 상대의 일에 전혀 자유롭지 못 한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가 가족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찬혁은 은주의 결혼사진을 흑백으로 인화해서 버리지 못하고 오래 갖고 있었다. 은주를 멋진 사람이라고 말하고 은주 앞에선 조심히 행동하며 실제로 은주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흠.. 그런데 난 왜 은주가 아닌 은희를 좋아하는 것 같지. 은주보다 더 많은 양의 은희 흑백 사진을 인화했었고, 모르는 사람이 봐도 사랑스러운 시선이 묻어난 은희 과거 사진도 한아름 갖고 있었다. 오랜 시간 함께 했기에 자연스럽게 굴지만 그럴 일 없다 말하는 말이, 허튼 말처럼 들리지 않는 건...... 나의 큰 궁예질이지�  (이 맞았죠:)


가족이 지긋지긋하다. (그 말이 진심이든 아니든) 상처되는 그런 말을, 남이라면 하지 않을 그런 말을 우린 참 가족에게 자주 한다. 꼭 내뱉지 않아도 흘리는 시선에, 마주치는 눈빛에, 무심한 행동에..

반성합니다 �‍♀️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딱 네 역할만 하라는, 찬혁이 조언 너무 좋았어..... � 판타스틱 찬혁


은주는 오 년 전에 언니로부터 마음의 문을 닫았다. 그래서 안다. 쾅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언니의 모습 속 감춘 진실을. 잠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지만 그대로 영원히 떠나선 안된다는 걸. 닫힌 문 앞에서 오랫동안 두드려 줄 사람은 그 마음을 아는, 그 시절을 지난 자신밖에 없다는 걸.


어쩌면 은희가 그 사실을 깨달은 뒤라 다행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던데. 찬혁이를 이 집에 양자로 들여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은희의 개인 금고로 활약한 찬혁은 재하에게서도 엄청난 비밀을 듣게 되었고, 이젠 가족 대신 은주 곁에서 위로를 주고 있다.


가족에겐 말할 수 없는 말을 가까운 남에게 한다. 네 역할만 하라고 말해주고, 눈치껏 남아주는 찬혁은 이 드라마 속 가장 큰 판타지다.


같은 일도 서로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나는 잊은 혹은 별생각 없는 과거 어느 순간을 상처로 갖고 있는 가족을 보면, 가족이지만 낯설다. 그리고 이 장면은 이후 여러 드라마 상황과 겹쳐 보였다. 이를테면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얼음 호수 사건을 강태와 상태가 전혀 가르게 기억했다.

가족이 가진 내가 알 수 없는 아니 나이기에 알 수 없는 상처를 위해 기도하는 밤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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