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보 Aug 09. 2020

꿈이 꼭 있어야 할까.

우리 사랑했을까(JTBC, 2020)

면접관이 애정에게 물었다. 사무보조나 경리 업무면 다른 곳도 많은데 왜 하필 영화사 인지. 애정은 한 때 프로듀서를 꿈꾸던 영화학도였다. 갑작스럽게 엄마가 되면서 학교로 돌아가지 못 해 그 꿈을 이루기 힘들어졌지만, 일이라도 영화사에서 하고 싶었다.


면접관은 꿈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되 물었다. 그 질문 나도 참 많이 들었는데...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매해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다. 뭐가 되고 싶은지 묻고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은 거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꿈에 대해 말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취급을 하거나 팔자 좋은 사람으로 본다.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묻던 질문이 어느 과, 무슨 대학을 갈 건지로 바뀌게 되는 학창 시절을 지나면서 우리에게 '꿈'은 인생을 그려내는 질문이 아닌 현실적으로 성취가 가능한지, 아닌지가 더 중요한 직업적 목표로 퇴색되어 왔다. 그렇기에 꿈을 꾸는 일이 사치스러운 일이 돼버린 게 아닐까. 꿈이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요새 꾸는 꿈은 캘리그래피로 조금 더 다양한 기회와 사람들을 만나는 삶. 그리고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자의 꿈이 직업적 목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혼자 즐긴 취미였다면 이를 통해 문장 그대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품는 꿈의 모습이 낯설 수 있다. 안다. 앞서 말했듯 우리에겐 '꿈'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으니까. 하지만 꿈이란 본디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말하는 것이니 이번 기회에 조금 유연하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 사랑했을까, jtbc drama


영화 프로듀서를 꿈꾸던 애정은 영화사 경리가 된다. 꿈을 이루지 못하고 현실에 순응해 살아야 하니 그녀는 불행할까?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비록 쉽지 않겠지만 그녀는 노애정으로서의 삶과 프로듀서라는 꿈 그리고 자신의 아이까지 모두 포기하지 않고 이뤄내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새로운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품은 지 7년 만에 프로듀서로서 기회가 온다. 물론 드라마다 보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녀에게 온 기회는 정상적이고 희망적인 상황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현실은 꿈을 품고 산다고 해서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법도 없다. (잔인한 녀석)


다만 애정이 꿈에 대해 갖는 자세가 좋았다.

애정의 꿈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리는 직업적 모습도 있고 평생을 가도 완벽하게 달성할 수 없는, ‘포기하지 않고 이뤄내는 엄마’도 있다. 전자의 꿈은 먹고사는데 도움을 줄 수 있고, 그 자체가 목표가 되기도 한다. 후자의 꿈은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이끌어 준다. 되고 싶은 게 없는 사람에게도 후자의 꿈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떠한 직업으로서라든가, 거창한 무엇이 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면 우리 안에는 저마다 되고 싶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엄마에게 생긴 꿈은 어떤 브랜드의 식기 세트를 갖는 것이다. 차근차근 모아서 내가 시집갈 때 주신다길래 엄마의 꿈이 식기 세트를 갖는 건지, 내가 시집가는 건지 모르겠다는 농담을 했지만 나는 엄마의 꿈을 응원한다. 모아가는 재미가 삶에 즐거움을 줄테니까.


좋은 신발이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는 말이 있는데 조금 바꿔 말하고 싶다. 꿈이 당신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당신의 행복을 위해 꿈을 가져보길 조심스레 권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님의 감정노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