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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Aug 25. 2020

사이코지만 괜찮아 : 대사 편 6

지키는 일 힘드니까 이젠 안 하려고.

이렇게 말할 줄 알았는데. 난 너무 전형적이고 식상한 사람인가 보다.


안 하는 것보다 이전과 다르게 하는 일이 더 쉽지 않을 텐데.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목표로 받아들인 강태가 강인해 보였다. 이제 진짜 나비한테 지지 않을 테다.

눈썰미도 좋고 예의도 알고, 싸우는 걸 싫어하는 평화주의자 상태 오빠 �


얼마 전 종영된 #아는건없지만가족입니다 이야기를 이 드라마에 자주 하는 것 같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부부가 서로에게 왜 말하지 않고 오해를 쌓으며 살았을까 생각했을 때

말하면 들어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내가 하는 말을 오해나 자기 해석 없이 들어주고 동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상대에 대한 불안은 차라리 입을 다물어 오해를 만드는 쪽을 택한다. 나중으로 문제를 미루고, 멋대로 해석한 당신 탓을 해버릴 수도 있으니까.


상태가 문영에게 표정을 잘 모른다고 말할 수 있던 건, 그동안 자신을 ‘문상태’로 받아 준 문영이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상태도 자신만의 그림을 찾아나가려고 한다. 그런 상태에게 내 준 숙제는 주변을 품어나가는 중인 동생바보에게 탁월한 내용이었다.


물론 처음 상태 그림을 본 문영이 반응이 오랜만에 날것의 고문영이었지만 그것 또한 상태를 강태의 형, 지켜줘야 하는 대상이 아닌 삽화 작가로 대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시선에서 해석하는 버릇이 든 나로서 많은 순간 앞서 나가는 내 생각을 붙잡아 두려 한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일방적으로 그래서 짧게 끝나는 건 원치 않으니까.

소녀가 원했던 건 하나다. 지켜주는 것이었다.


괜찮은 병원의 환자들은 괜찮지 않아 보이지만 마침내 괜찮아진다. 자신의 연약함을 알고 도와달라 손 내밀 줄도 안다. 그리고 묻어두고만 싶은 과거를 마침내 대면한다. 권기도도 그랬고 정태와 아름이, 은자 아줌마와 선해까지. 필옹 아저씨도 곧 나갈 문을 찾을 것 같다.


그에 반해 문영 엄마는 정말 사이코에 가깝다. 멀쩡한 척 사람들 곁에서 선한 사람인 척 행동했지만 그녀가 가장 정상에서 멀었다. 드라마 초반 문영의 저자 사인회에서 부딪힌 부모, 평론가처럼 자신은 문제가 없다는 이들이 약함을 인정하는 이들보다 약하고 악하다.


엔딩에 수간호사가 나왔을 때 느낀 소름 돋음은 단지 예상치 못 한 인물이라서 느낀 놀람보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모습이었다는 점에서 왔다.

문영은 끝내 아버지를 찾아가지 않았다. 그 편이 문영스러웠다.


아버지를 찾아가 이야기를 하는 대신 대나무 숲을 찾았다. 한 걸음에 와준 주리에게 문영은 아버지가 준 좋았던 기억 하나를 꺼낸다. 그 기억을 회상하며 아버지를 보낸다.


본 회차 소제목처럼 장화홍련의 아버지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다. 고대환은 부인을 밀어 떨어트려 죽게 한 광경을 문영에게 보인 후 그녀를 예전처럼 사랑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공포, 자신을 어떻게 볼까 불안을 일으키는 딸, 이미 병들기 시작한 머릿속은 그렇게 오해와 망상으로 문영을 죽이려고 들게 만들었을 지도.


고대환의 삶도 안타깝지만 문영이 제일 안쓰럽다. 그래도 이젠 기대어 털어놓을 대나무 숲이 강태말고도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 그녀 곁에 늘어남이 다행이다.


좋은 기억 하나 품고 살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의 대화는 서로를 마주 보며 환희 웃는 장면으로 마무리되었다.

엔딩이 좋으면 다 좋은 거야.

그 말에 안심하고 있다 세상 놀랄만한 엔딩을 보여보았지�

강태가 어떤 말을 하면 상처 받을지 문영은 알 고 있던 걸까. 드라마 초반에 강태를 무너지게 한 말로 그가 자신에게 보인 마음을 부정했다. 그렇다. 상처 줘서 멀리 보내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문영이, 본인이 더 큰 상처를 받았다.


강태는 강태 거. 문영이는 문영이 일뿐.
상처를 줌으로 밀어내는 건 좋은 해결 방법이 아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분리함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매일 삐끗한다. 처음 사는 오늘인데 어찌 실수가 없을 수 있을까. 살아온 시간, 나이로 상징되는 어른이 완벽을 의미하지 않는데, 이를 잊는 것부터가 삐끗의 시작일지도.


안 괜찮아도 괜찮다. 엉망진창이어도 괜찮다.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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