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힐미(MBC, 2015)
누군가 내게 살아야 할 이유를 묻는다면 “내일은 알 수 없으니까요”라고 답하련다.갑자기 왜 이런 질문이 떠올랐을까.
요새 읽고 있는 허지웅 작가의 신작 #살아있다는농담 에서 마주한 글귀 때문일 테다. ‘행복이라는 건 삶을 통해 스스로에게 증명해 나가야 하는 어떤 것‘이라던 작가의 생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개인적 생각에 와 닿았다.
드라마 #킬미힐미에는 다중인격장애를 가진 차도현(지성 분)이 정신과 의사 오리진(황정음 분)을 만나 치유되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차도현 안에는 여섯 명의 인격이 존재한다. 그가 견디기 힘든 상황이나 생명의 위협이 느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내재되어 있는 인격 중 하나가 등장한다. 현실을 도피하고 싶을 때 등장하는 안요섭은 차도현의 몸을 장학하여 주 인격이 될 때면 자살 시도를 한다.여러 인격이 차도현 몸을 차지하기 위해 매일 같이 싸우는 상황도 지치고, 차도현은 이를 이겨낼 힘도 없다. 죽으면 다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하는 요섭은 그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자살 시도를 하는 것이다.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하는 요섭을 오리진이 찾아내 난간에서 끌어내린다. 차갑게 얼어붙은 요섭의 손을 붙잡고 오리진은 그렇게 죽고 싶으면 내일 죽으라고 한다. 내일도 똑같이 힘들면 그다음 날 죽어, 그렇게 하루씩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온다고. 죽지 않길 잘했다 하는 날이 온다며 안요섭에게 그리고 차도현에게 말한다.그녀의 간절한 외침에 인격이 돌아온 차도현은 절대 절대 죽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마침내 누구 하고도 공유하지 않은, 오롯이 한 인격 차도현으로 살아가는 날을 맞이하게 된다. 자신의 생에 절대로 오지 않을 날이라고 생각한 그 날이 살아가다 보니, 마침내 죽지 않길 잘했다고 말하는 그 날을 맞이하게 한 것이다
내일 어떤 일이 있을지 알 수 없다.근 한 달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신경통이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사라졌다. 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다음 날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돈이 들어온 적도 있고, 상처 주던 사람을 끊어내기로 결심한 것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고 깨달은 것도 하룻밤 사이에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괴로운 밤을 지날 때면 내일이 오길 바라게 되었다.물론 하루가 넘어가는 고작 몇 시간에 생긴 변화는 아닐 테다. 나도 모르게 차곡차곡 싸여왔던 어제와 그제로 불리는 지난 시간이 모여 예상치 못한 내일을 만들었다. 성실히 살아온 너의 삶을 응원하고 있었다던 드라마 <도깨비> 속 대사가 생각났다. 우리의 내일은 이처럼 응원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오늘보다 100% 나아진 내일이 올 거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내일을 우리는 살아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죽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할만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결국 삶은 살아감으로 증명하는 일이 맞다.그러니 부디 내일을 놓치는 어리석은 행동만은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누가 내게 묻지도 않은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