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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Oct 07. 2020

두 편의 청춘 드라마를 보며

두 편의 드라마가 한 주 차이로 시작했다.

클래식 음악도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브람스를좋아하세요 와 연예계를 무대로 배우,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은 #청춘기록.


전자의 드라마가 가을밤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감성을 준다면 후자의 드라마는 에너지 가득한 금요일 밤을 닮았다. 이처럼 분위기는 다르지만 두 드라마 모두 현실에 도전하는 청춘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나는 두 편의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더 이상 청춘이 아님을 인정하게 됐다.

바이올린이 좋다는 이유 만으로 명문대 졸업반 자리를 포기하고 음대에 지원한 송아나 7년 차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하려는 혜준이를 보며 설렘보단 걱정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처럼 느끼는 어른들이 드라마 속에도 등장한다. 대표적인 인물을 들자면 혜준의 아빠겠다.


혜준 아빠는 그의 연예계 활동을 응원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 없는 게 인생이라며 이제 그만 마음 접고 군대나 가라고 한다. 모든 일엔 때가 있는데 아빠 눈에는 혜준이가 허송세월 하는 듯 보였나 보다. 아빠의 잔소리가 너무 얄밉고 특히 은행에 취직한 첫 째 형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빠 말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점에서 내가 꼰대가 된 게 아닌가 싶었다. 누군가의 도전을, 새로운 시작을 응원보다 걱정과 염려로 잔소리하는 사람이 돼버린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씩 이들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준영이 어떤 마음으로 피아노를 치게 되었는지, 송아가 왜 그렇게 늦은 선택을 했는지, 혜준이 왜 배우가 되려 하는지, 정하가 어떻게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하나씩 풀어지는 주인공들 서사 속에 저들이 처한 현실을 알게 되자 유약한, 아직 정신 못 차린, 책임감 없는 청춘들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자기 인생을 누가 가장 많이 고민할까? 바로 자신이다. 어른들 눈에 이들은 경쟁을 싫어하고 욕망이 없어 보였으나 어린 시절부터 런웨이를 걸었고, 세계 콩쿠르 대회에 참석하는 등 치열한 경쟁이 눈에 보이는 필드에서 뛰었다. 그런 이들이 욕망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이들은 다만 정직하길 원했고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불러올까 조심할 뿐이었다. 그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는 소중했으며, 떼쓰는 법보다 삶의 무게를 견디는 법을 먼저 배운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들이 바라는 욕망이 순수함에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보다 큰 욕망도 없다.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알아가니 이해하게 되었고, 인생을 향한 진지함이 보였다. 그 사람을 알게 되면 미워할 수 없다던 ‘나의 아저씨’ 대사가 떠오르면서 나는 온전히 이들의 편이 되었다.


다행히 아이들의 속 사정을 아는 어른들도 있다. 준영에게 팀장님이, 송아에게는 아빠가, 혜준에게는 매니저와  엄마, 정하에게는 아빠가 있었다.  무조건 좋은 말로 편드는 것이 아닌 현실을 직시하게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게 격려하는 어른들을 보며 청춘의 명장면에 대해 이야기 한 #청춘은이삶을장악해야한다 속 문장이 생각났다.


#청춘은이삶을장악해야한다 #이병률

‘나는 왜 무엇이 잘 나서 좋아하는 사람, 따르고 싶은 사람, 닮고 싶은 사람,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을 만들어 놓지 못했던 걸까....... 적어도 누군가의 영향권 아래 있다는 것이 보호막이 돼 준다는 걸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그 청춘의 눈보라를 힘겹다고만 하지 말고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결국엔 명장면을 만났어야 했을 것을’


저자는 자신의 청춘을 회고하며 청춘들에게 만나고 싶은 사람을 기다리지만 말고 누구를 마주칠 것인지 정하고 인생길 위에 세워 놓으라고 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면서. 


이 글이 내게도 명장면을 꿈꾸게 했다.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삶에 명장면을 만들어 줄 어떠한 영향력이 되는 역할을 꿈꾸게 했다.


보고 있기만 해도 설레는 청춘들이다. 물론 <청춘 기록>에 등장하는 혜준이 할아버지를 보며 제2의 청춘이 떠올랐다. 청춘은 나이게 갇히는 개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첫 청춘, 뜨거웠던 순간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중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에 씁쓸해 하기보다 한 사람으로서 오롯이 그들을 알아가며, 이해함으로 청춘의 때를 응원하는 내 역할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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