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tvN, 2020)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그녀는 어렵게 들어간 대기업 사원 자리를 포기했다. 남들은 미쳤다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녀가 가진 열정을 사람들을 순수하게 보지 않았다.
어떤 이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치기로 보았고, 화려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 정도로 치부했다. 특히 직속 선배가 그녀에게 가장 모질었다. 선배를 이해해보려 노력하며 자신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 생각했다. 생각하고 생각하며 노력을 기울여 보았지만 선배는 계속 그녀를 몰아붙이기만 했고 그녀는 점점 지쳐만 간다.
결국 그녀는 선배가 부른 자리에 가지 않는다. 연락도 없이 회의에 빠지는 건 큰 잘못이지만 그만큼 그 자리에 가는 게 힘들었을 마음이다. 그리고 그 날 그녀는 아무 길에나 주저앉아 운다. 눈물이 쏟아진다. 나도 그녀처럼 자주, 많이 틀어진 관계의 이유를 나에게서 찾았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그때는 나만 돌아봤다면 지금은 ‘우선’ 나를 돌아본다. 그리고 깨닫게 되는 게 있다면 고치고, 이야기도 나눠본다. 대부분은 그런 노력들이 더 나은 관계를 만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문제가 생긴다면 그땐 내가 아니라 상대를, 상황을 돌아볼 차례다.
선배는 자신보다 손님들에게 그것도 잘생긴 신인 배우들에게 연달아 지목을 받은 그녀가 질투 났다. 사람이니 질투할 수 있다. 하지만 선배는 감정에서 끝내지 않고 감정적으로 굴었다. 없는 말을 만들었고 그녀를 은근히 따돌리도록 자신이 갖고 있는 권력마저 사용했다. 급기야 지인을 동원해 그녀를 곤경에 빠트리는 상황까지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나 자신만 돌아보는 건 미로에 갇히는 셈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제를 자신에게서부터 찾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생각이 건강한 방향으로 향한다고 믿는다. 그러니 심사숙고 끝에 생각의 방향을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게 두어도 그 생각이 나쁜 결과를 갖고 오지 않을 것이다.
관계의 문제점을 알게 되자 그녀는 선배를 ‘언니’라고 부르며 관계 진전을 위해 노력한다. 정말 그렇게 부르기 싫지만 호칭이 바뀌면 마음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더 이상 만만하게 당하지만은 않는다. 이 문제는 그런 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샵을 떠난다. 하지만 그전에 자신을 못살게 굴던 선배와 일종의 합의서를 쓰고 선배가 설정한 프레임을 벗는다. 선배는 구구절절 사과 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했던 것도 그런 게 아니었다. 딱 프레임만 벗는다. 두 사람은 좁은 이 세계에서 언젠가 다시 마주칠테다. 그러니 선배 자존심을 바닥까지 밀어 붙여서 그녀에게 득이 될게 없었다. 이런 관계도 마무리를 하려는 그녀가 선배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지혜롭게 보였다.
노력은 본디 더 나은 방향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자기반성은 길을 잃게 만들 수 있다.
‘자신을 괴롭히는 노력은 후져. 우리 후지지 말자’ 던 <청춘 기록> 속 서현진 대사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