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장소는 어딘가요? 저는 제 방에 새로 생긴 책상 앞이랍니다. 다섯 뼘 남짓 되는 작은 책상에는 노트북과 작업용 아이패드, 몇 권의 책 그리고 핸드폰 거치 충전기가 있죠. 그곳으로 같은 요일, 같은 시간마다 저를 찾아오는 친구가 하나 있답니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유명한 문장이 있죠?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그 친구가 오는 날이면 이러한 설렘으로 행복해집니다. 저의 절친은 당신의 찐친일 수도 있겠네요. 이야기보따리가 다양한 이 친구의 정체는 눈치채셨나요? 바로 ‘드라마’입니다.
타고난 집순이인 저는 가장 편안한 장소로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맞춰 성실히 찾아오는 드라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더욱이 요즘 같은 때에 드라마는 슬기로운 집콕 라이프를 돕는 아주 좋은 친구입니다. 매주 천천히 쌓이는 이야기 속에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빠져들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는 그 드라마 속에 있어요. 짙어지는 감정선에 이입하다 보면 주인공이 처한 상황, 주변 인물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죠. 그리고 그 생각은 곧 나의 일상으로 이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 <미생>을 보며 너도 나도 장그레라고 말했었죠. 최근 출산을 한 제 친구는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보며 감격과 감동을 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는 감정들이 정리되어 있었다며 속이 다 시원하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스타트업>을 보면서 오래 망설여 왔던 일의 지도 없는 첫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많이 공감하면서 읽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라는 책에서 한수희 작가는 드라마에 대해 이렇게 말해요. “어쩌면 그 옛날의 긴 소설들은 그 시대 사람들에게 지금 드라마의 역할을 했겠구나..... 느린 호흡으로 타인의 인생을 훔쳐보고, 그 이 애기들 속에 파 묻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살아갈 힘을 얻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인생이란 무엇인지를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의 드라마들은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브런치 북 <드라마스타그램>은 우리를 스쳐간 무수한 드라마 속 대사를 통해 삶의 구석구석을 좀 더 깊이 들여다봅니다. 하고 싶던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다면, 드라마 속 주인공의 이름을 빌려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내 이야기는 아니라 친구 이야기인데'라고 말하는 순간 자신의 이야기임이 인증되는 분위기 속에 드라마 속 에피소드는 좋은 방어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일상은 드라마 같지 않지만 결국엔 이겨내는 주인공을 보며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요. 롤모델을 위인전에서만 찾아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당신에게 지혜를 주는 좋은 스승이 드라마 속에 참 많거든요.
집 밖은 위험한 지금 브런치 북 <드라마스타그램>과 함께 여러분의 삶에 떠다니는 질문들에 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