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모든 죽음에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부터 마지막 이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무브투헤븐 은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이사를 돕는, 유품 정리사의 이야기다(도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무브 투 헤븐’은 의뢰가 들어오면 의뢰받은 장소로 가서 그곳을 깨끗이 치운다. 일반적인 청소업체와 달리 이들은 피가 딱딱하게 굳은 방, 부패한 시체가 남긴 흔적 등을 치운다. 그렇다 보니 주변에서 이들을 보는 시선이 그리 좋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작업에 임할 때 떠난 고인을 존중하며 진심을 담아 마지막 흔적을 담는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지금부터 마지막 이사를 시작하겠습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돌아가신 분들이 정리할 수 없어 자신들에게 부탁한 일이라며 마음을 담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간혹 평범해 보이는 방을 치우기도 한다.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들은 언제나 남겨진 물건에서 고인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남겨진 가족과 사랑하는 이에게 전해준다. 다른 특수 청소업자들은 그렇지 않은데, 이들은 거기까지가 자신들의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듣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남겨진 이들은 찾아서 들려주는 이야기마저 듣지 않는다. ‘죽음’ 그 자체만으로도 슬픈 일인데, 예상치 못한 유족의 반응에 떠난 이의 생이 더욱 고단하고 슬프게 보였다. 물론 ‘무브 투 헤븐’ 속 모든 이별이 남겨진 이들의 추악한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마지막 고인의 이사로 주인공 나무가 자신의 아버지를 보내드리는 이야기는 코끝을 찡하게 한다.
떠난 이의 이야기를 듣는 드라마는 계속 있었다. 드라마 #도깨비 에서 지은탁도 귀신을 봤고 그들의 사연을 들었고, #주군의태양 태공실도 비슷한 능력이 있었다. 지금 방영 중인 #대박부동산 홍지아 사장도 귀신을 잡는 퇴마사다. 모두들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해결해주면서 남녀 주인공간에 사랑이 싹트고, 숨겨진 주인공의 비밀을 찾아간다. 이렇게 그동안 내가 보왔던 드라마에서 죽음은 언제나 남겨진 이의 삶을 부각했다. 지금 보고 있는 #어느날우리집현관으로멸망이찾아왔다 에서도 나중, 죽음, 끝을 주관하는 존재 ‘멸망’이 인생에 찾아오자, 평범해서 지루하게 느껴진 매일이 얼마나 행복이었는지 알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무브투헤븐 의 주요 이야기도 ‘죽음’이고, 주인공인 나무와 아빠 정우도 고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드라마들과 모양새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어 고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게 아니다. 그저 듣고자 하는 마음이 고인이 남긴 물건에서 이야기를 찾아냈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이들이 전하는 ‘죽음’은 살아있는, 남겨진 자들이 아닌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이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는 고인을 비추고 있다는 점 역시 다르다. 그렇기에 #무브투해븐 을 보면서 나는 떠난 이의 마음을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갑작스럽게 준비 없이 떠났던 내게 소중한 이들의 마지막을.
“이 집을 치우면서 한 가지 뚜렷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당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향한, 이 곳에 남은 자들의 마음입니다. 당신은 사랑받던 사람입니다.” (도서 [죽은 자의 집 청소] 중에서)
물론 나는 아직,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어 고인의 이야기가 살아갈 남은 시간에 주는 메시지도 분명 있었지만, 그분들이 내게 주었던 사랑과 그 마음이 듣고 싶어 뒤늦었다는 걸 알지만 계속 내 곁을 떠난 그분들과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