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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Aug 10. 2021

언제나 옳은 '성장드라마'

라켓 소년단(2021SBS)

“굳이? 그냥 굳이 오늘까지 해야 하나 싶다. 일 년 365일 뺑뺑이 돌고 매일 똑같은 스윙에  너무 지겹고 힘들어도 뭐 결국 대회 때문에 하는 거잖아.

갑자기 그런 건 아니고. 배운 거지. 어쨌든 우리가 선택한 거니까 열심히 해야 할 의무도 아주 조금은 있지 않겠냐”


시청할 드라마를 선택할 때 작가 이름을 가장 먼저 확인한다. 대체로 대사가 좋은 드라마는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좋기에 대사가 좋았던 작가를 기억하고 있다. 드라마 <라켓 소년단>(2021, SBS)은 <슬기로운 깜빵 생활(이하 ‘슬빵’>(2017, tvN)을 집필한 정보훈 작가님의 작품이다. ‘슬빵’을 볼 때도 느꼈지만 정보훈 작가님은 어떤 환경, 시선을 벗어나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슬빵'에서는 교도소라는 미지의 공간에 대한 시선을,  <라켓 소년단>에서는 열여섯이라는 나이가 주는 선입견을 넘어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라켓 소년단>은 ‘배드민턴계의 아이돌을 꿈꾸는 라켓 소년단의 소년체전 도전기이자, 땅끝마을 농촌에서 펼쳐지는 열여섯 소년소녀들의 레알 성장드라마’다. 솔직히 n연차 직장인으로서 열여섯 아이들의 이야기에 어떤 감흥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1회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그건 나의 착각 아니 편견임을 인정해야 했다. 열여섯 아이들에게서 '선택'과 '의무'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이야.


천둥번개를 무서워하고 시골 밤이 무서워 아빠와 동생 틈에 비집고 들어가 잠을 청하는 모습이나, 아이스크림 하나에 삐지고, 훈련하기 싫어 도망갔다 된통 고생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열여섯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모든 시간 속에 자라고 있었다. 시합 전 날임에도 가까운 피시방에 가서 게임 한판 하려고 머리를 맞댔지만 결국  옥상에 올라가서 스윙 연습을 한다. 누가 시킨 게 아니다. 고되고 그래서 도망가고 싶었던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한 선택임과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니 굳이 대회 전날까지 핸드폰이나 게임을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며, 대회를 위해 눈앞의 즐거움을 참는 모습에서 한 뼘 더 자란 아이들이 보였다. 아이들의 속 깊은 대사는 나는 물론 극 중 어른들도 많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혹여 내가 아이들을 열여섯이라는 숫자에 가둬 놓은 건 아닌지 그리고 그런 시선으로 지금의 나도 어떤 틀에 가두고 있는 건 아닌지. 마냥 어리게만 생각했던 아이들의 이런 성숙한 모습은 이전 드라마들에서 느낄 수 없는 다른 느낌의 도전을 주었다.



<라켓 소년단>에는 어른들의 방식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열여섯 아이들, 윤해강, 방윤담, 나우찬, 이용대, 한세윤, 이한솔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드라마에서 '열어섯'이라는 숫자는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설명하는 수식어일 뿐, 그 숫자에 아이들을 가두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보여주는 실패와 성공, 경쟁과 협력, 도전을 통한 성장은 열여섯에만 일어나는 게 아닌데.. 오히려 한계를 먼저 생각하며 안될 이유를 찾고, 경험에만 의존해 행동하면서 그런 내가 어른이라며 나의 방식이 옳고 맞다고 생각하진 않았는지, 조금 부끄러워진다.

 

아이들의 성장기와 해남 마을의 풍경 그리고 배드민턴은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이어지는 그 속에 사람 사는 이야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과연 청정 힐링물이란 장르명이 잘 어울린다. 올림픽이 끝나고 조금 허전한 기분이 든다면, 우리 아이들(배드민턴계의 아이돌)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보면서 그 허전함을 달래 보면 어떨까? 역시 성장드라마는 언제나 옳은 듯!




 

 

 



귀여운 아이들의 연애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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