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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Sep 25. 2021

좋아하는 마음을 향한 오늘 자 고민

얼마 전,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뒤늦은 리뷰를 올렸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데 가장 존중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선택을 내린 당신의 마음이라는 내용의 글이다. 그리고 카카오 뷰에 “꿈을 응원하는, 드라마”라는 보드를 발행하며 위 글과 함께 드라마 <나빌레라>, <우리 사랑했을까>, <청춘 기록>을 보며 썼던 브런치 글을 함께 묶어 올렸다. 지금까지 보드의 좋아요 수는 0 개다. 보드의 ‘좋아요’ 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중요한 지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문장을 만나고 나서, 해당 보드에 단 한 개의 좋아요도 눌리지 않은건 정말로 공감되지 않아서가 아닐까, 내가 놓친 마음들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불안한 미래.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닌, 일 자체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

“욕심을 부릴 수 있는 세상을 물려주지 못 한 건 어른들의 책임이다. 욕심부릴 수 없는 세상에서 왜 욕심을 내 도전하지 않는고 탓하는 건 어른들의 잘못을 다음 세대에게 전가하는 비겁함이다.” #그거봤어 중에서

도서 #그거알아

도서 <그거 봤어>는 ‘왓썹 맨’, ‘워크맨’ 등을 연출한 김학준 PD의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밀리의 서재, 밀리바바와100인의인생책 이라는 추천 코너에서 만났다. 신입 예능 PD 황인희 님이 추천한 선배 예능 PD의 책이라... 나는 이 책의 부제처럼 ‘밀레니얼을 열광시키는 콘텐츠의 힘’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드는 건지 기획, 연출자의 시선을 알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 책을 읽었다. 위의 문장 중 첫 번째 문장은 책 서두 쪽에 나온다. 전자북으로는 8 페이지고, 종이 책으로는 7 페이지. 그러니까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적은 프롤로그에 적힌 글이다.


이 책은 예능 PD가 자신이 일을 하면서 느낀 생각을 정리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어느 한 세대를 향한 글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제작한 ‘왓썹 맨’에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게 1020대였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의 시선이 MZ세대를 향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테다. 그는 그 세대가 갖는 불안과 고민을 느꼈고 그래서 만든 게 일 하는 공간과 그 안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삶을 보여준 ‘워크맨’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고민하는 게 아닌 일 자체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그들에게 내 글은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닐까?


물론 내가 쓴 글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적인 의미로 제한을 두지 말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글을 쓸 때면 매번 강조하는 점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생각하고 묻는 건, 나에 대해 알아가는 좋은 열쇠라는 점에서 자주 생각해보고 스스로에게 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이 또한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하고, 어떤 모양이라도 미래가 보여야 가능한 일은 아닐까? 내 주변에도 꿈이 없는 사람이 많다. 좋아하는 일을 물으면 빠르게 대답해도 한 박자 타이밍이 늦다. 그건 대부분 직장이란 곳에 소속되면서 둔감해진 경우다. 나도 직장살이 10년 차다. 꽤나 안정적인 상황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말하는 글은 어느 시선에선 사치스러워 보이진 않을까?


“대부분의 세대차를 만드는 건 물리적인 나이가 아니라 세계관과 취향이다.”

“생각을 조금 확장해보면? 앞으로 더 중요한 건 공통의 취향과 관심사 아닐까? 혈연, 지연, 학연의 힘은 현저하게 약해지지 않을까? 학교가 모든 걸 보장하는 시대는 점점 끝나가고 있다.... 같은 학교를 나와서, 같은 고향에 살아서가 아니라 같은 생각이라서, 같은 목표를 추구해서 만나는 이들. 궁극의 커피를 만들고 싶어서,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감정을 공유학 싶어서, 달리는 순간의 희열이 너무 좋아서 모이는 이들. 앞으로 우리는 이런 사람들과 훨씬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그리고 적어도 이 집단 안에서는, 세대론이란 무의미하지 않을까.” #없던오늘 중에서


꼰대가 되는 게 두려워서 세대론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보다, 정리된 표를 통해 내가 이해하기 쉬운 방법을 택했던 것이었다. 나 역시 30대라는 프레임 속에 놓고 보면 어이없어할 거면서, 한 사람이 가진 고유한 모습을 놓쳤기에 지극히도 내 중심적인 시선 속에 허공을 둥둥 뜨는 글을 쓰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안다. 모두를 향한 글을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고, 모든 이의 환심을 사는 글이란 단 한 사람의 마음도 살 수 없다는 걸. 그래도 나는 고민하고 싶다. 더 많이 알고 싶다.

꿈이라는 것, 좋아하는 일에 대한 고민은 모두에게, 자신의 때에 따라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치열한 고민의 첫 시기를 보내는 건 아무렴, 1020대들일테니까. 조금 더 성숙해지면 조금 더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네는 글을 쓸 수 있게 되길. 이런 바람 또한 꿈이고, 선호하는 마음에 대한 반응이니 좋아하는 일을 또 하나 발견한 것 같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꽤 오래 이어진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기에, 이 마음에 대한 오늘 자 고민을 이렇게 남겨본다. 남겨 놓으면 기억하고, 챙겨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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