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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Jan 15. 2022

해리포터,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이야기

#해리포터20주년기념  <해리포터 : 리턴 투 호그와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개봉한 지 20년이 흘렀다.


이 소식을 듣고 '벌써'라는 감탄사가 나온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오랜만에 재회한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 '론' 역시 해리포터 시리즈가 나온 지 '벌써' 20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을 신기해했다.(시작 전에 양해를 구함은, 아무래도 아래 글에서 인물의 명칭이 배우의 이름과 역할 명으로 혼재되어 표기될 듯싶다. 그래도 혼란스럽지 않을 거라 믿는다. 배우의 이름을 역할 명으로 대신해 부르는 것일 또한 비단 나뿐만이 아닐 테니까:-) 별다를 것 없이 흐르는 하루는 느린 속도로 흐르지만 이런 소식을 들을 때면 쏜살같이 흘러버린 세월을 느낀다.


해리포터가 처음 개봉했던 때가 생각난다.

친구는 벌써 2번이나 극장에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봤지만, 해리포터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던 나를 불쌍히 여겨, 3번째 관람을 나와 함께 해주었다. 그 무렵 세상은 그야말로 '해리포터'에 미쳐있었다. 그냥 말하기도 어려운 주문을 척척 외우고, 너도나도 해리포터 안경테를 따라 썼으며, 빨리 다음 편을 읽겠다며 원서를 구매해서 읽는(물론 다 읽은 건 아니었던 것 같지만) 애들도 꽤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출간하게 된 작가  J.K. 롤링의 이야기는 해리포터 신드롬에 불을 지폈다.


나를  <해리포터와 >세계로 인도한 친구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까지 함께 봤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는 친구는 바뀌었지만, 겨울이 되면 올해 어떤 시리즈가 개봉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전작의 떡밥을 찾는 행동은 연례행사처럼 이어졌다. 그냥 영화일 뿐인데, 10년 동안 많은 이의 겨울이 케빈에서 해리포터로 바뀌었고, 그렇게 해리포터와 함께 자랐다.

“중요한 건 누군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느냐죠.”


부모님께 용돈을 받던 고등학생에서 부모님께 용돈을 들는 11년 차 직장인이 되는 동안, 해리포터 시리즈로 데뷔한 다니엘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도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연 배우가 되었다. 우리 모두 해리포터와 함께 성장한 셈이다. 그리고 20주년을 회고하며 모인 <해리포터 : 리턴 투 호그와트>를 통해 영화가 모두의 성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확인받았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1,2편에 해당하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을 연출한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현장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덕분에 배우들은 촬영이라는 걸 잊는 순간이 있을 정도로 자유롭고, 즐겁게, 천방지축 현장을 누볐고, 그 에너지가 영화에 그대로 담겨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란다. 3편에 해당하는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아이들이 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파트너를 찾는,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무도회 장에 함께 갈 파트너를 찾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졸업을 앞두고 무도회가 벌어지는 미국 문화권과 닮았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마법이 주가 되는 판타지 영화지만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 아닌 첫사랑이 시작되는 일상적인 상황을 통해 주인공들의 성장을 먼저 알렸다는 점에서 사랑스러운 영화란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해리포터에게 찾아온 반항기라던가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 보여준 말포이의 딜레마는 옳고 바른 선택만 하는 해리포터를 볼 때 외면해야 했을 ‘갈등이 생기는 마음’까지 들여다볼 기회를 준다. 주문을 외우고 하늘을 날며 큰 싸움에서 승리하는 해리포터에 대한 동경과 동시에 어린 사람들은 용기를 얻는 거예요. 자신과 비슷하게 의심하고 흔들리기도 하고 부모님과 다투는 그들을 보면서(볼드모트 역의 레이프 파인스 인터뷰), 공감하는 내적 친밀감을 쌓으며 관람객들은 자연스레 해리포터와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시리즈 속 등장인물을 연기하던 배우들 역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해리는 <해리포터 : 리턴 투 호그와트>에서 다시 만난 헬레나 본햄 카터(벨라트릭스 역)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당시 그녀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는데, 거기엔 그녀가 자신을 배우로 대해주었던 특별했던 기억이 담겨 있었다. 비슷한 고백을 다른 출연자들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1,2편에서 아이들의 자유롭던 에너지가 영화에 담겼듯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자라는 주인공들의 성장에는 실제 연기한 배우들의 성장도 묻어났다. 이런 서사가 해리포터 시리즈를 판타지 영화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전 세계는 물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게 하는 이유라 생각됐다.

 


이 영화에 대해 감독과 배우들이 장점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사람들을 치유한다는 것’이다. ‘외로운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주었다(헬레나 본햄 카터의 인터뷰).  생각해보면 해리포터나 헤르미온느, 론 등 주요 등장인물들은 마법세계 속에서도  어딘가 부족하고, 나약하여 어디에 소속되지 못 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받아들이고 함께 싸우며 서로에게 속한다. 도비 역(성우)을 맡았던 토비 존스이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아이들도 세상에 속하기 위해 고민해요. 그건 모든 아이가 떠나가게 되는 여행과 같은 거죠.” 루나 엘리자베스러브굿 역을 맡았던 이반나 린치도 이런 말을 했다. “ 이 영화는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해 줬어요. 자신의 이상함을 초능력으로 보게 된 거죠.” 자신이 참여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출연자들의 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저릿하게 하는 감동이 있었다. 그리고 함께 작품을 했던,  먼저 이 세상을 떠난 배우들을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온 대사들로 기억하며 위로할 땐, 서로를 얼마나 아꼈고 그리워하는지가 느껴져 코끝이 찡해졌다.  다시 한번 해리포터 시리즈가 따뜻한 작품이었음을, 그래서 해마다 이 작품을 다시 보는 행동의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죽은 자들을 불쌍히 여기지 마라. 산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무엇보다 사랑 없이 사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렴.”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덤블도어

“사랑하는 사람에겐 이별이 없어. 늘 곁에 살아있지. 이 속에.”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시리우스


지금이라면 촬영 분위기를 담은 메이킹 자료가 워낙 잘 공유되어서, 촬영 분위기를 알며 작품을 즐기는 게 어렵지 않지만, 당시엔 그럴 수 없었기에 이런 자리가 귀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해리포터에 대해 머글에 가깝다. 매년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며 즐기는 사람이었고, 이들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팬이었지만 워낙 대단한 해리포터 팬들이 많다 보니 이 작품을 향한 애정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리포터 20주년 기념 : 리턴 투 호그와트>를 흥미롭게 보며, 에피소드들이 마구 떠오르고 그때의 추억을 나눌 친구가 있다는 현실에 꽤나 뿌듯해하는 자신을 보면서 '나... 해리포터 좋아했구나.' 하고 인정했다.


동창회나 다름없던 <해리포터 : 리턴 투 호그와트>를 보고 나니, 앞으로 다시 보게 될 해리포터는 다른 각도로 조금 더 친밀하게, 보다 더 인간적으로 다가올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비록 해리포터의 이야기는 10년 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편>으로 끝이 났지만, 추운 계절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해리포터를 꺼내 볼 것이고 내 옆 자리는 가장 친한 친구에서 사랑하는 아이가 대신할 것이다. 그 아이는 또다시 해리포터와 론, 헤르미온느와 함께 모험을 떠나며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아쉽게도 저는 없겠지만요. 하지만 해그리드는 남아있겠죠.” 해그리드를 연기한 로비 콜트레인의 말처럼 <해리포터 시리즈>는 그렇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해리포터 : 리턴 투 호그와트>는 지금, 오직 웨이브 관람 가능!



해리포터 20주년 기념 : 해리포터 리턴 투 호그와트

(Harry Potter 20th Anniversary: Return to Hogwarts )

제작  HBO

감독  Eran Creevy, Joe Pearlman, Giorgio Testi

         에란 크리비 (<아우토반>, <테이크 다운>, <쉬프티> 각본 / 감독), 조 펄맨, 조르지오 테스티

출연 다니엘 레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 랄프 파인즈, 알프레드 에녹, 톰 펠튼, 보니 라이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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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웨이브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주관적 평가를 포함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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