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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Feb 02. 2022

마음을 담은 '시선'으로

#서로의발견 밀리오리지널

도서 #서로의발견 은 정재은 감독과 윤진서 배우가 서로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로, 매주 금요일마다 밀리의 서재에서 공개된다. 3개월 동안 연재되는 에세이는 그렇게 한 권의 책이 될 예정이다.


첫 번째 편지는 정재은 감독이 윤진서 배우에게 보냈다. 겨울이 되면 윤진서 배우가 보내주는 제주산 황금향을 올 해도 먹으며 정재은 감독은 윤진서를 '황금향의 세계로 인도'한 사람이라고 운을 띄운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정재은 감독의 시선에 윤진서 배우가 어떻게 담기는지는 알 수 있었다(아래 글에서부터는 두 사람의 호칭을 작가로 통일하려 한다).


알지 못했던 '황금향의 세계'로 자신을 인도해준 사람. 서로가 서로를 더 확대시켜주는 관계.

두 사람의 우정은 가벼워지는 관계가 무심한 관계로 끝나는 요즘 같은 때에 매우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시선이 확대되는 경험은 짜릿하다. 물론 지금도 그런 상황이다.

정재은 작가가 "우리 모두 수많은 편견 속에 살고 있고 그중 가장 거대한 건 아마 자신에 대한 편견이 아닐까?"라고 말했을 때 자주 그러고 있는, 알면서도 달라지지 못하고 있는 나를 한 번 더 들킨 기분이었다. 정재은과 윤진서 같은 관계를 꿈꾸지만 나는 누군가의 세계를 확장시켜줄 수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할 거란 생각을 갖고 있다. 누군가를 이해하기에 비좁은 삶의 영역을 가지고 있고, 그런 배경에서 쓰인 글은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인사이트를 주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내내 말해왔다. 그러니 그런 사람이 당연히 될 수 있고, 그런 글을 쓰고자 하는 건 욕심이라며, 그런 교만한 자리는 꿈도 꾸지 말라고 자신을 다그쳤다.


웅이도 그런 생각이었다. 자신의 그림이 대단한 작품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웅이의 작품을 엔제이는 "구불구불한 선을 보고 있으면  사람 나처럼 불안함이 가득한 사람인가 싶었고, 변하지 않는 것만 그리겠다는 고집을 보면  사람 나처럼 외로움이 많은 사람인가 싶었고, 그래도 저렇게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무지무지 따뜻"하다고 느낀 자신의 시선을 전한다. "안정감 있고 마치 누구보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처럼. 그래서 그게 뜻밖의 위로가 돼요. 나도 그럴  있다고 말해주는  같아서." 라며 웅이의 그림이 담고 있는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엔제이의 시선은 내게도 뜻밖의 위로가 되었다. [드라마 <그해 우리는>]


'시선'이라는 건 그저 단순히 보는 일 같지만 본다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시선'은 눈이 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하는 일이다.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를 볼 수 있지만 그런 눈길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다. 스쳐 지나갈 뿐이다. 하지만 '시선'은 오래 머물러 한 곳을 바라봄으로 미쳐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한다. 그게 뜻밖의 위로를 준다. 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뜻밖의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볼 것도 읽을 것도 많은 때에 개인의 감상을 나열한 내 글을 읽고 그 글에 보인 반응은 그저 '보았다'라고 말할 수 없다. 나눠준 '시선'은 계속해서 부족하다는 편견에 갇힌 내게 용기를 주었고, 세계를 확장시키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을 마치 허락해준 것 같다. 더 넓은 지평으로 나를 이끌어 내주었다.  


이제  편지가 공개된 정재은과 윤진서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서로 안에서 무엇을  발견해 나갈지 궁금해졌다. 요즘 마음이 콩밭에  있어서 초점이 자꾸 흐려지고, 무엇 하나 제대로 마음을 담아 보지 못했는데  책을 계기로 올해는 이런 만남의 축복이 계속되길 바란다. 나의 시선이 누군가를 확장시키는 만남도, 누군가의 시선에 나의 세상도 확장되는 그런 만남을 바라며, 마음을 담아 '시선'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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