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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May 04. 2022

인생 2회 차가 알려주는 인생 TIP

<어게인 마이 라이프> SBS, 2022

억울하게 죽음을 맞게 된 순간, 다시 한번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까?


김희우(이준기 분) 검사는 정치계의 거물 의원, 조태섭(이경영 분)을 남몰래 수사 중이었다. 희우를 아는 사람들은 독종 같은 그가 일을 치겠다 했지만, 그것이 조태섭을 구속할 거란 기대는 아니었다. 아무리 열심이 크고, 정의로운 일이였다 해도에 조태섭은 대통령마저 좌지우지하는 인물이었다. 검찰 내부는 물론 대한민국 곳곳에 조태섭의 귀와 눈이 있었다. 자신을 방해하기 위해 달려오는 희우를 가만 볼 위인이 아니었다. 결국 앞만 보며 덤볐던 희우는 조태섭의 수하로 추정되는 인물의 손에 죽는다. 아니 죽었었다.


죽음의 순간 희우 앞에 나타난 의문의 여인은 그에게 다시 한번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여인이 원하는 건 단 하나, 조태섭을 잡는 것. 그에게 살아서 만날 지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건 희우가. 목숨을 걸고 하던 일이었고 해야만 하는 일이었기에, 그는 의문의 여인이 원하는 바를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다시 사는 기회를 얻는다. 전생이라고 표현하기 묘하지만, 죽기 전의 모든 기억과 경험, 능력을 그대로 가지고 스무 살 김희우로 돌아온다. 인생 2회 차 시작이다.


‘회기 물’은 '어느 경위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로 가버린 이야기 군'을 뜻한다. 이렇게 정리한 나무 위키에는 "인생 다시 살기"라고 한 줄 요약돼 있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SBS,2022)>라는 드라마 제목과 닮은, 그래서인지 제목에서부터 회귀 물의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사실 '회귀'는 드라마에서 자주 보지 못한 소재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웹툰˙웹소설 계 상위 랭킹 작품들 중에는 회귀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도 웹툰˙웹소설이 원작이다.) 그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달라졌을지 모른다는, 과거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후회. 이런 후회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회귀 물’의 인기 속에는 후회를 바로 잡고 싶은 갈망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로 회귀한 희우는 의문의 여인이 말한 대로 천천히 조태섭을 완벽하게 옭아맬 준비를 한다. 다만 그 방식이 정보를 모으고 힘을 키우는 것이 아닌 사람을 모은다는 점에서 기존 복수극과 조금 다른 모양새를 보였다. 희우는 회귀한 삶에서 지난 생에 후회되던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부모님 속을 썩였던 일. 그래서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던 날에도 일부로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를 하지 않았던, 후회로 가득한 그날의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부모님께 더 많이 표현하고 성실히 사는 모습을 보여드렸고, 교통사고로부터  부모님을 구한다.


과거와 똑같이 되풀이되는 사건들 속에서 희우는 자신의 인생만을 지키지 않았다. 부동산 경매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 불리던 우용수 어르신(이순재 분)이 조태섭에게 재산을 빼앗기지 않도록 도왔다. 다행히 평생을 일군 재산을 지킬 수 있었던 우용수 어른신은  희우의 2회 차 인생에서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피할 수 있었다. 혼외자로 무시와 차별 속에 자란 한미(재경 분)는 회귀한 희우 덕분에 방황을 조금 일찍 접고 응원받는 삶 속에 기자가 되었고, 규리(홍비라 분)도 죽을 고비를 넘기며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게 된다. 박상민(지찬 분)의 잃어버린 10년을 찾아주며, 이연석(최인 분)이 정의로운 편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희우는 회귀한 인생을 사용한다.
 
회귀 후 조태섭을 향한 복수의 칼 날을 거둔 적이 없지만, 이전 삶처럼 자신의 앞만 보며 돌진하지 않았다. 그랬던 지난 생에 그가 얻은 건 죽음 분이었다. 더욱이 한 번의 죽음으로 '후회'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후회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는 희우는 다시 조우한 이들의 삶 또한 되풀이 될 후회 속에 놓이게 둘 수 없었다.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이 모든 일은 희우를 돕는, 선한 결과로 돌아온다. 희우의 도움을 받은 이들은 회귀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후회할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걸. 그렇기에 새롭게 얻은 삶에 진심으로 감사해하며 자발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희우를 돕기 위해 나선다. 그렇게 그의 곁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지난 생에는 어느 곳에나 조태섭의 사람이 있었다면 이번 생에는 희우의 사람들이 있다. 돈과 권력에 의한 강압적인 관계가 아닌, 인생의 무게를 함께 나눈 믿음직한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사람들이다. 


희우처럼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는 회귀 같은 건 절대로 일어날 수 없지만, 그가 기울인 노력처럼 어제의 후회를 오늘 반복하지 않게 할 수는 있다. 그렇게 해서 달라진 미래는 새롭게 주어진 삶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내게 주어진 삶"은 <어게인 마이 라이프> 5화의 부제이기도 하다. 희우의 삶을 염두해 붙인 부제이지만 위와 같은 시선으로 본다면 그의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내 삶까지 확장시켜 볼 수 있다. 마치 인생 2회 차가 알려주는 제대로 된 인생을 사는 TIP 으로 말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희우가 회귀하기 전 일들이 그대로 반복되었기에 미리 조태섭을 막아설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바뀐 과거가 미래를 바꿔 놓았다. 바뀐 미래 앞에 희우의 회귀는 더 이상 특별한 능력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제 그는 혼자가 아니다. 회귀한 생에서 조우한 사람들과 쌓은 관계가 후반부에 어떻게 작용할지 기대가 된다. 복수극인데도 사람 냄새가 나는 건, 그가 하는 복수가 상처 주고 빼앗고 죽자고 달려드는 게 아닌 오히려 사람을 살리는 과정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인 듯하다. 잘 사는 인생은 조태섭처럼 많은 돈을 거머 줘고 권력을 휘두른 것이 아니라, 내가 어렵고 힘들 때 나서서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쁜 놈을 어떻게 망하게 하나, 전략을 같이 짜며 빌런이 자멸해 갈 때 통쾌함을 느끼는 게 복수극의 묘미인데 분명 그런 재미도 있지만, 한번뿐인 인생 어떻게 사는 게 멋진 걸까 생각하게 하는 이상하게 교훈적인 복수극이다. 무엇보다 이 복수극의 주인공이 이준기 배우라면, 말 다했지. 사실 그의 이름 하나만 써놔도 이 드라마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인생 2회 차에서도 검사가 된 희우는 지난 생에서 조태섭을 잡았다 놓쳤던, 그래서 죽었던 그 시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다시 한번 주어진 삶에서 변화된 인생을 사는 건 희우와 그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조태섭도 마찬가지다. 과거가 바뀜으로 미래가 바뀌었다. 본격적인 복수가 시작될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오직 wavve에서만 시청 가능하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 16부작 방송사 SBS

원작 어게인 마이 라이프 카카오 웹툰 작가 도경, 선용민, 이해날

제작진 한철수, 김용민 극본 제이, 김율  

이준기, 이경영, 김지은, 정상훈, 김재경, 홍비라 등 출연


 원고는 wavve 리뷰단 활동의 일환으로 '웨이브(wavve)'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관적 평가를 포함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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