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고 싶다...
이번 주제는 ‘여행’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 적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다. 잘 사는 집도 아닌데, 초등학교 때, 방학만 되면 엄마는 나와 동생의 손을 잡고 서울, 부산, 대구, 정동진 등의 좋은 명소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지금의 나에게는 이러한 경험들이 조각조각으로 남겨져 있어 추억을 회상할 때는 크게 도움은 안 됐지만, 그때의 경험 덕분에 어딘가로 여행을 가는 것을 꺼리지 않게 됐다.
여태까지 4번의 일본 여행을 갔었는데, 그중 한번을 제외한 3번의 일본 여행은 혼자 갔었다.ー친구를 잘 못 사귀는 성격 탓에 혼자 간 경우라고 보면 된다.ー 첫 일본 여행 때는 쓸쓸한 마음도 있었지만, ‘혼자’라서 재미있는 경험도 많이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일본어를 잘 못 하지만, 당시에는 능수능란하게 말할 줄 알아서 현지에서 직접 일본인 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행이 없으니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행을 다녀서 편했다. 친한 친구랑 같이 갔었어도, 친구의 눈치를 봐야 했을탠데 혼자서 가는 여행은 그럴 일이 없어서 좋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을까? 한국의 다른 지역을 가도 재미있는 것이 많았을 것이고, 훨씬 더 싸게 치였을 것이고, 훨씬 더 값싸게 치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 이유는 ‘내가 가진 오감을 훨씬 더 넓혀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자신의 저서에서 “안에서는 안을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한국 안에서만 있으면 한국을 제대로 못 보는 한국인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타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뒤로 색다른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볼 수 있었다. ‘색다른 시각’은 나를 발전시키기 충분했다. 단순히 한국 밖으로 벗어났을 뿐인데 다양한 시각으로 국내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은 단순히 ‘힐링’만 주지 않는다. 여행은 시야를 넓히게 해주는 멋진 행보다.
나는 이번 방학 때 서울 여행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바에서 술도 마셨다. 카페에서 친구들을 만났을 때는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관한 비평과 평론을 이야기하고, 교회와 성당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차이점도 이야기했고,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각자 어떻게 살고 있는지 대화를 했다.
원래는 일본 여행을 계획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서울로 방향이 틀어졌다. 하지만 상관없다. 서울로 가는 여행도 거리상으로나 여행 준비를 위한 기간으로 보았을 때도 ‘먼 곳을 위한 여행’이니까.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은 여행을 어떤 의미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힐링을 위한 여행?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목적이 정해졌다면 혼자인지 둘 이상에서 가는지, 독자분들의 여행은 어떤 의미에서 누구와 가는지 궁금해진다.
여행의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혼자 가는 여행은 수행과 같다. 내가 모르는 장소를 걸어 다니면 사색이나 호기심에 사로잡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훌륭하다.
누군가와 동행하는 여행이면 즐거울 수밖에 없다. 공자는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말했듯이 벗이 먼 곳에서 찾아와도 즐겁지만, 벗이 먼 곳까지 같이 가주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일 것이다.
만약 혼자서 여행 가본 적이 없다면, 혼자 가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혼자서 여행을 가봤다면, 친구나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가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