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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sh 직장인 Aug 30. 2022

'비'평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케 해야지...?


 최근에 ‘비’를 맞은 적있다. ‘Rain’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친구와의 추억이 떠오를 수도 있고,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고, 연인과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아무튼 개인의 인생에서 ‘어떤 이미지’가 탁하고 떠오를 것 같다. 때는 8/13일 주짓수를 마친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깜빡하고 우산을 챙기지 못한 나는 ‘어차피 집 가서 씻을 거니까.’ 하는 마음으로 걸어갔다. 기업은행에서 노브랜드를 거쳐 교보생명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다. 비를 쫄딱 맞으면서 가던 그때 머릿속에 ‘왜 ‘비’는 이미지가 우울과 불행의 이미지일까?’라는 생각이 번뜩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사람들과의 추억보다 오히려 책의 추억이 더 많은 사람이다. 비를 맞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학 작품 몇 개가 불쑥 떠올랐다.진짜 내 인생 어떡하냐... 떠오른 책은 이청준 - <벌레이야기>, 오정희 - <중국인 거리>, 박완서 - <나목>이 떠올랐다. 이 책들에서 비극이 일어났을 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벌레이야기>에서 알암이와 아내가 죽었을 때는 비 오는 날이 아니었다. <중국인 거리>에서 수녀가 죽고, 할머니가 죽고, 매기 언니가 창밖으로 던져져 죽었을 때 또한 비 오는 날이 아니었다. <나목>에서 이경의 오빠들이 죽었을 때도 비 오는 날이 아니었다.

 위 3개의 작품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비’는 그냥 ‘비’일 뿐이다. 비가 내린다고 해서 무조건 작품 속 누군가가 죽는 것도 아니고, 우울한 서사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무턱대고 ‘작품적으로 보았을 때~~’이러쿵저러쿵할 필요가 없다. 인생과 문학 서사에서 비는 ー특징짓지 않는 이상ー“대기 중의 수증기가 물방울이 되어 지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생겨 나타난 일이다. 그러니 ‘비에는 어떤 의미가 있어!’라는 틀에 박힌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이렇게 말한 이유는 요즘 비평, 평론을 보면, 괜히 ‘정신분석학’적, OO 주의적인, 즉 문학 및 예술 외적의 것에 의지한 해석들이 과잉반응을 보여준다. 바흐친은 자신의 저서에서 “예술학이 심리학이나 생리학에 의지하였듯이, 하지만 이런 식의 구제는 작위적인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런 행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분석학’적, OO 주의적인ー문학 외적ー 비평해석이 비평과 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줄지 모른다. 문학, 예술 내적인 것을 뛰어넘는다면 한 차원 높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문학과 예술의 내적인 것을 뛰어넘은 비평이니 그것은 더 이상 ‘문학 비평’, ‘예술 비평’이라 보기 어렵다.ー일례로 박상륭 작가의 소설에 관한 평 또한 ‘소설을 뛰어넘은 글쓰기이지만, 소설을 뛰어넘었으니 소설이 아닌 글쓰기 행위’라고 평한다.ー

 “이건 몰랐지 하며 꺼내놓은 물건으로 자신을 성장시킨 사람은 드물다. 비평계의 어느 원로처럼 일본 비평 전체를 꿰뚫어 알고 거기에 우리 문학에 대한 박학한 지식을 더하여 자신의 이론체계를 구성해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삭줍기 비평은 잘못 손댄 마약보다 더 위험하다.

 주간신문 같은 데 나오는 퀴즈에서 하단에 거꾸로 찍혀 있는 해답을 먼저 본 사람은 그 해답보다도 더 좋았을 자신의 답을 만들어낼 기회를 잃는다.” - 황현산. 젊은 비평가를 위한 잡다한 조언 中.

 황현산 선생의 말처럼 최근 들어 ‘이건 몰랐지?!’하고 아이템 꺼내놓기로 경쟁하는 비평, 평론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남의 문헌을 주워와 소개하는데 정작 자기 생각은 없고 누군가의 이론으로만 이야기했고, 심지어 그 주워오는 문헌마저 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낱알 몇 개 줍는 식의 글쓰기이다. 물론 학술 연구적으로 ‘이거 최근에 외국에서 개발된ー또는 유행하는ー 이론이래요!’라고 소개하는 것은 가치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비평과 평론은 ‘자기 글쓰기’지 소개 글이 아니다. 필자의 비판과 평가를 보여줘야 한다. 뭔가 듣기 멋있고, 죽은 지 오래된 백인 아저씨 몇 문단 정도를 인용해서 흩뿌리는 것은 비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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