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학은 주렴계에 의해 만들어지고, 정명도·정이천이 발전된 송학의 흐름을 집대성했었다. 그들은 훈고학을 배척하고 유교 도덕에 관한 학문의 말―또는 공자의 말―을 전했고, 주자학은 오경보다 사서를 더 중요시―이는 주자가 <大學>을 얼마나 중요히 여긴지 알 수 있다.―하고, 공자, 증자, 자사, 맹자의 근본을 파악하는 의리의 학문이다.(p. 124) 그리고 “종래 유교의 사상적 약점이었던 이론성의 결여를 보완하는, 우주와 인간을 관통하는 형이상학을 수립한 점에 있다.”(p. 124)
이러한 모습은 유교 사상이 가질 수 없는 거대한 이론 체계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하나가 무너지면 금새 모든 구성이 무너져버릴 정도의 치밀한 정합성<整合性>이 있었다.”(p. 124)
하지만 ‘치밀한 정합성’이 후대 주자학자들의 이론적 창조성을 제한하게 했다. 그 이유는 주자학이 갖는 폐쇄성 때문이다. 이러한 폐쇄성은 주자학 자체가 지니는 완성·완결된 체계 때문에 후대 주자학자들이 마땅히 창출할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런 방대한 주자학 체계의 사상적 구조를 살펴보겠다.(p. 124) 전부 다 살펴보지 않고, 형이상학 – 인성론 - 실천윤리 순서로 주자학의 체계를 간략하게 보았다.
1-1. 주자학의 구조 – 형이상학
주자학의 형이상학에 기초는 주염계의 <태극도설>이다. <태극도설>의 ‘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는 “구절에 기초를 두고, 오행설과 연결시켜 우주만물의 생성을 설명한 것”(p. 125) 즉 발출론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 태극도설에서 우주의 법칙<理法> 인간도덕이 하나의 원리로 설명되는 이유는 근원이 태극이기에 둘은 하나로 꿰어져 있다.
이런 식의 천일합일 사상은 중국사상을 관통하고 있다. 허나 주자는 정자의 견해를 받아들여 “태극은 곧 천지만물의 리”라고 말했다. 이는 “「太極圖說」이 여전히 지니고 있었던 발출론적인 색채를 희석시키고 일종의 합리주의 철학을 만들어냈다.”(pp. 125~126)
“천지만물은 모두 “형이상”의 리와 “형이하”의 기의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또 리는 사물의 본성을 결정하고 기는 사물의 형태를 결정한다고 생각된다. 만물은 리<一理>를 근원으로 한다는 의미에 있어서는 평등하지만, 기의 작용에 의해서 차별있는 모습이 생겨난다. (중략) 이처럼 주자학의 우주론은 그대로 인성론으로 이어진다.”(p. 127)(“태극이란 음양오행의 기로 하여금 기이게 해주는 소이[=리]이며, 따라서 천지만물을 넘어서있는<超越> 궁극적인 근원이다.”(pp. 125~126) 물질·현상들의 존재근거는 理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리는 기와 함께 개개의 사물에 내재하여 만물의 성이 된다. 이처럼 주자학의 리는 개개의 만물에 내재하면서도 만물을 넘어서있는 일원적인 성격을 잃지 않고 있다. (중략) “합해서 이를 말한다면 만물의 근원은 바로 태극이다. 나누어서 이를 말한다면 하나하나의 사물 모두 각각 태극을 갖추고 있다””(p. 126) 이 말에서는 리와 기는 합쳐있지만, 리와 기는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사물들은 모두 각각의 리를 갖고 있다는 소리다.)
1-2. 주자학의 구조 – 인성론―또는 인간론―
사람의 理 = 性’이며 理 자체는 ‘본연지성’이다. 본연지성을 통해 성선설을 말하고 있다. 기질의 性은 인간의 욕구를 말하고 있다.(“기질의 성”<氣質之性>이 된다. 기질의 성에는 밝고 맑음과 어둡고 탁함<清明混濁>의 차이가 있다. 성인은 그 품수받은 기질이 완전히 밝고 투명해서 본연의 성이 조금의 남김없이 그대로 드러난다.”(p. 127) 그리고 욕망으로 인해 “본연의 성을 뒤덮어 그것을 가리는데서 인간의 악이 발생하게 된다.) 기질의 性은 인간의 욕구를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성의 선은 악보다 근원적”(p. 127)이고, “확실히 리에 근거한 본연의 성―절대선―은 기에 근거한 기질의 성―상대적인 선악―보다도 근원적”(p. 127)이다. 그리고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氣보다 理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아마 이는 인간에게만 있는 성질이다.―
이번 파트에서는 인성론과 인간론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는 “어떻게 기질을 개선할 것인가 하는 것이며, 바로 여기서부터 주자학의 실천윤리가 전개되는 것이다.”(pp. 127~128)
1-3. 주자학의 구조 – 실천윤리
주자학의 실천윤리는 <大學>과 <中庸>을 중시한다. 주관적인 방법으로는 존심이나 ““마음을 지키고 공경함을 잃지 않는다”던가 “마음을 지키고 공경함을 잃지 않는다”던가 “고요함을 지키며 공경에 머문다”던가 하는 말들은 주자학의 가장 특징적인 실천적 표어가 되어있”(p. 128)는 존덕성 이야기를 한다. “존심이란 마음이 어떤 사물에 집착함을 떨쳐버리는 것이다.”(p. 128) 주자학의 리(理)는 만물의 근원이며, 동시에 개개의 만물에 내재 돼 있다.
“리가 인간에게 부여되어 본연의 성이”(p. 129)되고, “여기서 사물에 나아가 하나하나 그 리를 궁구하는 것은 동시에 그만큼 내 마음인 본연의 성을 밝게 하는 것이 된다.”(p. 129) 이런 식으로 궁리(窮理)하는 것에 힘쓴다. 그러므로 외부를 통한 탐구로 자기 안에 리를 찾아낼 수 있다.
기질을 없애 리로 돌아가면 성인이 될 수 있고, “이것이 도덕적 정진의 궁극적인 목표이며, 개인의 이런 도덕적 정진이 또한 모든 정치적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전제조건이다.”(p. 130)
1-4. 주자학의 체계적 구성으로부터의 특성
주자학의 근본개념을 이루는 것은 리(理)이다. 동정변합(動靜變合)은 원리의 의미에서 자연법칙이지만, 본연의 성으로 인간에 내재될 때는 오히려 인간 행위가 규범이다. 주자학의 인성론이나 실천도덕론을 형이상학의 기반으로 서술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형이상학에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제 1철학”의 영예를 부여할 수가 없다.”(p. 131) 오히려 주자학의 우주론과 존재론은 인성론의 반사적인 모습만 보여준다.
주자학의 체계는 도학적 합리주의, 엄격주의가 있는 자연주의, 연속적 사유, 정적(靜的)=관조적 경향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들은 낙관주의에서 나왔다. 낙관주의는 “주자학 전체의 이른바 체계적인 특성에 다름아니다.”(p. 134) 만일 낙관주의가 유지될 수 없다면, 연속적 사유―또는 연속적인 것들―은 끊어진다. 이는 “헤겔이 말하는 “분열된 의식”(divided consciousness)이 다가서게 된다.”(p. 134)
2. 주자학적 사유의 특성·반영과 전성기
토쿠가와 초기 주자학자들은 성인에 대한 존경만 보여주었기에 소개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근세 이전까지 그들은 주자학의 벗어나지 못했고, 주자학의 정신적인 노예였다. 마사오는 예시적인 의미에서 세이카와 라잔의 2~3가지 사항을 검토했다. 그들의 주장은 “학풍이 주쯔에 내재하는 엄격주의”(p. 144), 수양강령, 엄숙주의를 강조했었고, 그들의 후학들도 이를 이어받았다.
3. 주자학적 사유방식의 분해과정
야마가 소코오가 자신의 고학(古學)을 제창하면서 송학의 도학적 합리주의를 비판한다. 그는 송학의 궁리(窮理)와 지경(持敬)과 같은 실천도덕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러한 실천도덕은 소코오에게 잡학일 뿐이지, 성인의 학문이 아니었다.
소오코는 인간의 정욕(情欲)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인간의 욕망은 모든 실천행위의 기초 즉 선한 행위의 기초도 될 수 있다. 그리고 행위의 좋고 나쁨의 규준은 인성 안에서가 아니라 밖에서―기질지성에서― 구할 수 있다.
인간의 욕망에서 지나침과 부족함을 조절하는 것은 예이고, “길의 준칙과 사물의 예의와 절도는 성인이 세우신 가르침이므로, 이것은 바깥에 있다고 하는 것에 가깝다.”(p. 156)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보았을 때 소코오는 인간의 성을 오히려 ‘외부적=객관적’인 것이라고 본다.
4. 이토 진사이의 주자학 분해
‘이토 진사이’의 주자학 분해는 ‘인간의 욕망’을 적극화한다. 주자학에서 하나의 원기를 ‘리(理)’라고 말하는데, 진사이는 이를 부정하고 ‘천명(天命)’을 하나의 원기라고 했다. 그는 리를 물(物)에만 한정시켰다. 기존의 ‘천명’―궁극적인 무엇―과 달리 진사이는 ‘인격적인 것’―신―이라 보았다.
그는 리라는 글자로써 천하의 일들을 평가하면 안 된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모든 일을 오로지 리에 의거하여 판단하면, 잔인하고 각박한 마음이 승해서 관대하고 여유있으며 인자하고 두터운 마음이 적어진다.”(p. 168)고 보았다.
“가까운 것들은 개인적 경험·멀리 있는 것은 다른 수단에 의해 알 수 있지만, 그 형상과 성정의 그러한 바의 까닭을 궁구해서 알 수 없다고 말했다.”(p. 163) 진사이는 인간이 천명을 다 알 수 없다고 말한 데서 불가지론적인 색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사이는 도덕은 천하에 미치는 것이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반면에 성은 오로지 자기에게 있는 것이지 천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인의예지가 인간에게 주어진 이유는 도덕적 명령 즉 실천행위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개인 도덕과 정치는 밀접하지 않다고 보았다. 오히려 백성의 니즈를 알아야 하고, 동거동락할 수 있어야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진사이는 반(反) 유교주의처럼 주자학의 엄격주의를 부정했다. 이러한 부정은 인간이 노력해야 성인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낙관주의보다 더 노력을 강조했다.― 그리고 예와 악을 변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를 통해 ‘관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사이는 “정치적 계기가 개인윤리로부터 독립하려는 점”(p. 171)에서 주자학을 분해하려했다.
5. 카이바라 엣켄의 주자학 분해
카이바라 엣켄은 “이미 장년 시절에 송학에 대한 회의가 싹텄던 것 같다.”(p. 172) 그는 기일원론(氣一原論)을 통해서 리의 우위성을 완전히 부정했다. 그는 “태극은 리가 아니라 바로 기와 등치되어”(p. 173) 있으며 ““리는 따로 하나의 사물이 아니다. 즉 기의 리일 뿐이다””(p. 173)라고 하며 진사이와 마찬가지로 리의 실체성 인정하지 않았다.
엣켄는 경(敬) 보다 충(忠)과 신(信)이 근본적이라 말했다. 그리고 이익 추구 무시하는 당시 학자들의 모습을 위선이라 했으며, 오히려 이익 추구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의 세상에 태어났으면서도 옛날의 예에 사로잡혀 있어서”(p. 176) 진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명나라 유학자들의 주장을 게걸스럽게 봐 텍스트를 곡해한다고 보았다. 엣켄은 현실적인 요소들을 빼놓고 무조건 이상적으로만 생각하는 주자학자들을 비판했다.
엣켄과 진사이의 본연지성을 제외하고, 기질지성으로 인간을 이해하려는 이론을 보았을 때 그들이 현실을 중요히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론들은 주자학을 관통하는 통저주음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그 통저주음은 높게 쌓여 결국 ‘소라이학’에 의해 관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