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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sh 직장인 Mar 14. 2023

누군가에게만 '멋진 신세계' 2

<멋진 신세계> 비평문!


3. 누군가에게만 멋진 신세계     


<신세계>의 유토피아와 <당신들의 천국>(이하 <천국>)의 유토피아는 궤가 유사해 보인다. 그래서 <신세계>와 <천국>의 부분들을 풀면서 이야기해 보겠다.     


1) 당신들의 유토피아 - <당신들의 천국>을 중점으로     


 <천국>의 소설 내용에서 조백헌은 소록도를 천국으로 만들어놓겠다고 말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원생들―문둥이들―(소설에서 한센병 환자를 ‘문둥이’라고 지칭했기에 문둥이라고 쓰겠다. - 한센병 환자들을 비하할 의미는 전혀 없다.)에게 여태까지 없었던 낙원을 선사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이상욱의 편지로 ‘원생들이 원하는 천국인지 아닌지’, “천국이 아무리 좋은 곳이라고 하지만 원하지 않는다고 거부할 권리가 없는가”(이현우 (2021).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남성작가 편). 청림출판(주). p. 152)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소록도의 천국은 원생들의 의견 없는 조백헌의 독단적인 천국이다. 그래서 <천국>은 천국의 당사자가 “환자들이 아닌 조백헌과 같은 권력자들임을 말해주고 있다.”(이현우 (2021). 앞의 책. p. 152)

 또 한 가지는 원생들이 ‘섬 탈출 = 죽음 / 섬 생활 = 천국’이란 생각과 분위기가 만연하고, 원생 대부분은 이러한 분위기에 겁먹어 섬에서 계속 생활하고 있다. 이 점에서 ‘천국에 살지 말지에 관한 권리가 허용되는지’에 관해서 의문을 제시할 수 있다. ‘이곳은 안전한 천국이니까 못 나가’가 된다면 그곳은 감옥이 된다.(이현우 (2021). 앞의 책)

원생들은 감옥에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감옥에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본인들은 ―대중적인 의미에서― 감옥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저지기계(deterrence machine)’를 떠올리게 한다. 저지기계(혹은 저지전략)란 “파생 실제의 전략으로, 모든 것이 시뮬라크르로 대체되어버린 상황에서 모든 것이 시뮬라크르가 아닌 실제인 척 보이도록 하기 위하여 자신의 부정적인 요소를 조작하는 작업이다.”(최효찬 (2016). <장 보드리야르>. 커뮤니케이션북스. p. 44)

 감옥제도는 우리에게 “사회라는 거대한 감옥에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을 은폐한다. (...) 감옥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범죄자들을 수용함으로써 감옥 바깥의 세상은 감옥이 아닌 것으로 사람들은 인식하게 된다.”(최효찬 (2016). 앞의 책. p. 44) 원생들도 자신들의 부정적인 요소를 조작당해 소록도를 감옥으로 느끼지 못하고, 천국으로 느끼고 있다.

 조백헌이 만든 천국의 모습은 박정희식 개발독재와 사회주의 국가의 천국의 모습이다. 사회주의 국가는 “천국도 인민들에게 강제로 만들어 주겠다”(이현우 (2021). 앞의 책. p. 154)는 이념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가 내새운 구호와 선전물에는 늘 행복한 사람들과 즐거운 사람들이 넘쳐났다. 즐거워하지 않으면 반혁명분자로 낙인찍으며 수용소에 보냈다.”이현우 (2021). 앞의 책. p. 154) 웨민쥔의 그림―처형당하면서도 웃고 있는 사람들의 그림, 혁명의 상황에서도 웃는 그림 등―에서도 이러한 점을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에 유토피아의 이면을 알 수 있다.     


2) 당신들의 유토피아 - <멋진 신세계>를 1)에 서술을 중점으로     


 2-1) ‘섬 전출 죽음·지옥 도심 생활 천국     


 <천국>에서 원생들이 ‘섬 탈출 = 죽음 / 섬 생활 = 천국’이란 생각과 분위기는 <신세계>에서도 동일하다.     

―소장이 버나드에게 경고하며― “만약 차후에라도 행동양식에 표준을 벗어나는 일이 있다면 자네는 지부(支部)쪽으로―될 수 있으면 아이슬란드 쪽으로 전임시키지 않을 수 없어.”(p. 123)

―섬으로 전출당한 소식을 들은 버나드는― “오, 제발 저를 아이슬란드로 보내지 마십시오. 이제 제 의무를 다하겠다는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제발 기회를 주십시오. (...) 제발 아이슬란드로 보내지 마십시오. 각하, 제발…… 제발…….”(p. 287)

―버나드의 절규를 본 총통은― “저 친구는 누가 자기 목을 칼로 따기라도 하는 시늉을 하는군”(p. 288)     

 <신세계>에서는 체제에 반항하는 사람들은 도심에서 떨어져 어떤 섬으로 전출 가게 된다. 전출 가게 된다면 도심에서의 생활할 수 없게 되고, 사람들은 이를 죽음과 같은 상황으로 느낀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도심의 생활은 천국과 다를 바 없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도심이 아닌 어떤 섬으로 전출 가는 일은 어찌 보면 진짜 인간으로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어떤 이유로 지나치게 자아의식이 강해서 공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있는 곳이야. 정통에 만족하지 않고 나름대로 독특한 사상을 가진 인간들이지.”(p. 288) 이는 조작되고 통제된 인간이 아닌 자유로운 상태의 인간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한마디로 지나치게 인간다운 인간들”(p. 288)이다.

 ‘어떤 이유로 지나치게 자아의식이 강한 인간들’, ‘정통에 만족하지 않고 나름대로 독특한 사상을 가진 인간들’은 현대 사회인―근대인― 즉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에게는 소마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마가 없는 세상은 개인의 능력과 기술로 자아실현을 할 수 있고, 그렇게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간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희로애락을 모두 느낀다. 그렇기에 섬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게 된다. 즉 ‘참된 인식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총통은 섬으로 전출 갈 ‘헬름홀츠 왓슨’에게 “왓슨 군, 나는 자네가 부럽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곳은 거짓 없는 진실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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