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계획을 세웠다고 믿었다. 평면도 위에 조명의 위치와 콘센트 개수를 표시했고, 엑셀 파일에는 기존의 가구와 가전, 앞으로 들일 가전의 사이즈까지 빼곡히 정리해 두었다. 화장실에 들어갈 변기와 세면대, 수전과 수건걸이까지 골랐다. 인테리어 업체에서도 이렇게까지 준비하는 사람은 드물다며 혀를 내둘렀다. 예산도, 그에 따른 일정도 분명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인테리어 공사는 늘 우리의 계획을 벗어나는 일의 연속이었다. 마이크 타이슨은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얻어맞기 전까지는.”
남편이 전부터 하고 싶어 하던 IoT 조명은 인테리어 공사의 가장 큰 변수였다. 인테리어의 꽃은 조명이라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품을 인터넷으로 미리 사고, 배선함까지 직접 만들었지만 그게 실제로 쓰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현장에 가보니 천장과 벽 사이, 틈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공간으로 수십 개의 선을 날려야 했다. 거기에 다운라이트 조명까지 끼워 넣어야 했다. 조명의 높이가 그 틈 사이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단순히 시공비를 조금 더 얹으면 해결될 거라는 우리의 믿음은 폭풍을 만나 쉴 새 없이 흔들렸다.
비용 증가는 짐작했지만, 그 부분 역시 우리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었다. 나를 쳐다보는 남편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지 싶어 원점으로 문제를 돌리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 포기하는 게 안전한 길이겠지만, 이 집에 사는 동안 남편은 내내 ‘이루지 못한 로망’을 떠올리게 될 거라는 걸. 그건 1억 2천만 원짜리 공사의 오점이 될 게 뻔했다. 결국, 나는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해보고 포기하는 게 낫단 마음으로 결단을 내렸다.
나의 한마디에 남편의 눈빛이 다시 반짝였다. 인테리어 업체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된다고 답해줘서 천만다행이었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보기로 하고, 현장에서 바로 공사에 들어갔다.
물론 그날 이후로도 크고 작은 파도는 쉴 새 없이 몰아쳤다. 미리 골라둔 타일의 재고가 없어 급히 바꾸기도 했고, 기존의 디자인은 현장 사이즈에 따라 급히 수정되기도 했다. 완벽했던 계획표는 너덜너덜한 걸레짝이 되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저 멀리, '완성'이라는 육지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