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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샘 Apr 01. 2020

성장하는 우리 엄마들의 모임

사람들 속에서 활력을 되찾았다. 그리고 용기를 얻었다.

소통이 그리웠다. 아기띠를 하고 바깥으로도 많이 돌아다녔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최대한 많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대화다운 대화를 하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며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이보다도 나를 더 힘들게 한 건 '소통의 부재'였다. 잠깐 만나 커피 마시며 시댁이나 남편 험담, 아이 교육 문제, 훈육 문제,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 등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해소가 되지 않았다. 아니, 해소가 되지 않는 게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만 더 가중되었다. 에겐 오롯이 내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대화가 필요했다.


아, 들떠서 내 이야를 조잘대던 때가 언제였던가.

누군가를 만나 활력 넘치는 이야기를 해본 게 언제였던가.

 

그나마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는 남편은 이미 육아에 찌들어 힘 다 빠진 저녁에나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대화에 활력을 불어넣기란 쉽지 않았다. 괜히 날 선 생각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지경이었다.


출산 전까 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여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하기도 했었다. 서로의 꿈을 격려해주고,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좋은 글귀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소통하며 배웠던 귀중한 지혜들. 나는 그때가 그리워졌지만 온라인 모임을 다시 찾은 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시작은 독서모임이었다. 온라인을 매개로 한 독서모임이 여기저기 활발히 운영되고 있었기에 내가 마음만 먹는다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었다. 소통이 너무도 그리웠던 나는 한 군데가 아닌, 여러 군데에 신청해 소통하기 시작했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눈 건 아니었지만 글로써 소통하는 것도 좋았다. 른 사람의 이야기, 삶 속에 들어가 보는 일은 나를 한껏 고무시기까지 했다.


 잘 살고 싶다.

내가 태어난 이유,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살고 싶다.

더 많이 성장하고 싶다.


이러한 나의 바람은 글로 자꾸 표출이 되었고, 결국 책을 쓰기로 결심하는 데에 이르렀다. 이전보다 잠도 줄여가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전처럼 새벽에 일어나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아이보다 일찍 일어나면 바로 책을 읽거나 글을 썼고,  아이 낮잠 자는 시간도 최대한 활용했다. 그렇게 내 삶은 다시 활기차 졌다.

 

그러다 2019년 10월, 한 모임에 들어가게 되었다. 엄마들의 성장을 격려하는 모임이었다. 사실 처음엔 엄청난 기대를 갖고 시작하않았다. 단지,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 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우리의 만남은 조그만 화면 속 단톡방에서, zoom 화상 채팅방에서일 뿐이었지만 서로에게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주었다. 함께 글쓰기를 독려하여 글도 쓰고, 서로 추천해주는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감사일기를 쓰며 일상의 감사함을 되새겨보기도 하고,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상처들을 오픈하여 치유하기도 하고.


열정적인 엄마들의 틈에서 내 열의도 쉽게 자라났다. 글쓰기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다 늦은 밤 두근거려 잠 못 이루기도 하고, 독서하다 한 구절이 좋아 공유하면 그에 대한 이야기로 꽃이 피었다. 성장하고자 하는 엄마들은 천하무적이었다. 어떠한 역경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했다.


그들과 함께 한 지 5개월. 나는 그 사이에 출판 계약을 마쳤고, 복직을 했으며 여러 프로젝트들도 기획하고 있다. 내가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사람과의 관계' 덕분이었음을 안다. 지쳐서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투고하고 불안감에 입술이 바짝바짝 마를 때마다 나는 직접 대면한 적도 없는 이들로부터 용기를 얻었다.


성장하는 엄마들


그렇기에 우리의 만남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간절히 바란다. 함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약속한 공저도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그동안 받은 선물들을 다 갚아주고도 남을 시간이 나에게 주어지기를 바란다.


사람과의 관계를 두려워했던 나에게 이들은 참 소중한 존재다. 감정표현, 특히나 아끼고 있다는 표현들에 인색한 내가 스스럼없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마음만큼 더 다가가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들과 함께이니 더욱 성장하리라 믿는다.


앞으로도 내가 성장하는 그 시간들에 함께 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들의 성장하는 시간들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더욱 성장할 우리들의 시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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