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입 덕분에 옆모습이 부각되지 않길 바라며, 전전긍긍하며 보냈던 시간이 떠올라 내 아이만큼은 제발 아빠 입을 닮길 바라고 또 바랐다.
내 이런 바람을 잘 아는 남편은 초음파를 볼 때마다 놀리곤 했다.
어? 입이 자기 입인데?
나도 초음파를 보며 그런가? 생각을 하던 차였다. 그런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니. 남편의 말까지 들으니 불안해졌다. 얼마나 불안했던지 네이버에서 '초음파 튀어나온 입'을 검색해서 찾아봤을 정도다.초음파에선 입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아니야! 양수 때문에 입이 불어 그런 거야!
웃으며 대응하긴 했지만 불안했다. 오, 정말 내 입이면 어쩌지?
제발 내 입만은 닮지 않길바랐건만 세상 밖으로 모습을 보인 아이의 입을 보니 영락없는 내 입이었다.
그래, 오빠가 본 게 맞았네.
남편에게 인정의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아이를 보러 오신 어른들도 아이 얼굴을 보자 입이 딱 엄마라며, 숨길 수 없는 나의 유전자를 단번에 알아보셨다. 그 덕에 나는 긴가민가 의심할 수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처음에는 입만 부각되어 보이더니. 아이 젖 먹이며 여기저기 나 닮은 구석을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코도 내 코. 귀도 내 귀.나는 콤플렉스 덩어리라서 아빠를 많이 닮길 바랐는데 아이는 내 어릴 적 모습을 아주 빼다 닮았다. 눈(그것도 눈매만), 손, 발 정도는 아빠 닮았나? 첫 딸은 아빠 많이 닮는다고 하더니 내 아이는 '해당사항 없음'이었던 건가.
그런데 나를 많이 닮은 아이. 생각보다 아이가 너무 예뻤다.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놀랍도록 아이가 예뻐서인가. 신기하게도 점점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을 아이 통해 보는 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기특해서 라고 해야 하나. 나와의 연결고리를 단번에 찾을 수 있는 게 뭉클해서 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싫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내 돌출입을 사랑까진 하기 어렵지만이젠 괜찮다 말해줄 수는 있을 정도였다. 내 콤플렉스를 마냥 싫어하지 않게 만들다니.이토록 대단한 존재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나도 더 예뻐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나를 너무 예뻐해주지 못하고 살았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날 닮은 아이보다 남편 닮은 아이를 더 많이 상상했다. 남편을 사랑해서라기보다 내 콤플렉스에서 기인한 것임을 안다. 그런데 아이의 얼굴을 통해 보이는 내 콤플렉스가 싫지 않다니. 신기하다. 날 닮은 구석을 보며 뭉클함을 느낄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래도 아이는 크면서 얼굴이 변한다는 진리가 들어맞길 기대하는 마음을 아주 버리진 못했다.내 아이는 콤플렉스 갖지 않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 때문이다. 어쩌면 나의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