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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시청자 Apr 15. 2019

가서 시청자한테 전해, 사이다가 왔다고.

MBC 공무원, 배우 김동욱이 돌아왔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배우 김동욱과 MBC 드라마]

우연이겠지만 한 연예인이 특정 방송사에 자주 출연하면 이런 호칭이 생긴다. ‘방송국 공무원’ 대표적으로 tvN에는 이서진 씨가 있고, SBS에는 이종석 씨를 들 수 있겠다. 추가로 나에게만큼은 MBC의 공무원으로 인식된 배우가 있다. 바로 이번에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된 김동욱 씨가 그 주인공이다. 어쩔 수 없다. 난 김동욱이란 배우를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하림’으로 처음 알았고,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서현’으로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으며,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조진갑’으로 드디어 원탑 주연이 되어 기뻤으니 말이다. 혹시나 해서 말하자면, 조장풍은 조진갑의 별명이다. (영화는 논외로 치겠다)



김동욱 씨는 매번 작품마다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초면이었던 ‘하림’은 바람둥이에 능글맞음의 끝판왕을 찍더니, ‘서현’은 의뭉스러운 재벌의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재벌은 반전이었으니 얼마나 엉큼한가. 처음의 서현은 세상 착한 의사로 등장했다. (그래서 난 서현을 보고 하림이가 아버지 뜻을 따라 의사가 됐다고 생각하며 웃었더랬지.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신 분이라면 드립을 이해하실 거라 믿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정의감 넘치는 인물로 돌아왔다. 뿐인가, 체대 나온 전직 유도선수 설정답게 화끈하면서 현실적인 액션도 보여준다. 김동욱이란 배우의 제대로 된 액션 연기를 처음 보는 나로서는 ‘이 배우, 몸도 참 잘 쓰는 배우구나’ 새로이 깨닫고, 다시 또 빠지게 되었다.





[연기 천재들의 케미 폭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김동욱 씨 하나 믿고 가는 작품이냐. 천만의 말씀! 주연부터 조연까지, 아니 엑스트라까지도 연기력이 출중하다. 모두 연기를 어찌나 잘하시는지, 배우분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한 시간이 끝나 있다. 몰입을 깨뜨리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현재 가장 비중이 많은 악역 구대길은 배우 오대환 씨가 캐릭터를 너무 잘 살려주셔서, 한 대 (아니, 사실은 여러 대) 때려주고 싶은 정도다. 심지어 그 와중에 배우들 간에, 캐릭터끼리의 케미마저 훌륭하니 보지 않을 수 없다. 조진갑이 학교 선생이었던 시절, 학생이었던 천덕구와의 케미는 말할 것도 없고, (고작 2화를 봤는데, 벌써 “덕구야~”를 말하는 조진갑의 목소리가 자동 재생된다. 심지어 덕구는 2화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말이다) 상-하 수직적 관계인 악역끼리의 케미 (상도 여객의 바지사장인 황대복과 진짜 사장인 구대길)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뻔하다고? 흥미진진한 대본]

이 와중에 배우들이 자신들의 능력치를 맘껏 뽐내며 놀 수 있도록 판도 제대로 깔렸다. 장르 특성상 서사는 당연히 권선징악으로 흘러가겠지만 마냥 뻔하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조진갑이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공무원은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다. 9시 출근 6시 퇴근 준수, 연금 바라보고 하루하루 버티기,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어떤 압력에도 뚜껑은 절대 열지 않는 모습. 누구나 이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으니까, 공무원인 조진갑이 여기서 그만두겠지? 혹은 저런 도발에도 꼼짝없이 굽히고 들어가겠지? 라며 지레짐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조진갑은 이런 예상을 가볍게 비웃으며 훨씬 더 속 시원한 사이다를 시청자에게 선사한다.



제작진도 알고 있다. 현실은 이렇지 않다는 것을. 아예 기획 의도에서 대놓고 밝혔다. 근로감독관 역시 사명감이 필요한 직업임에도, 행정직렬 공무원 지원했다가 ‘뺑뺑이’에 걸려 어쩌다 보니 차출되는 거라고. 그런데 이건 드라마이지 않은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0%에 가깝다고 해서 드라마에서도 불가능하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현실에 드무니까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애통한 지점이다) 가상으로 대리만족을 하고 카타르시스를 느껴보는 게 드라마의 존재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현실에 대해 풍자를 가득 담아 고발하고 있으니,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모두가 더욱 의식하고, 법이 바뀌고, 현실도 좀 더 나아지길 바라지만… 젠장. 어느 세월에 가능하냔 말이다. 이미 있는 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마당에. 최근의 더욱더 암울한 뉴스들이 떠올라 말이 길어졌지만, 요약하자면 서사는 예측 가능해도 캐릭터들이 통통 살아있고, 유머러스하며, 심지어 대사도 찰진 훌륭한 판이라는 거다. 여기에 연기력 짱짱한 배우들이 합세했으니 게임 끝났지,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홍보]

전반적으로 꽤 흥미진진하게 보았고, 3화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기에 한번 뽑아보겠다. 드라마 자체적으로는 훌륭하기 때문에 가장 속상한 점은 단연 홍보이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MBC 홍보에 품고 있던 짙은 의문이 하나 있는데, ‘왜 요즘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스크린도어 등에 광고를 하지 않는가’란 점이다. (홍보팀의 열일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지 못한 거라면 유감이다) 디지털 시대에 오프라인 광고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더 똑똑해졌고, 기계의 기술은 더욱 발달하고 있다. 문송한 인문계 학생이라 빅데이터의 알고리즘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스마트폰은 사용자의 관심사와 관련된 것들만 알려준다. 즉 기존에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거나 검색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드라마에 대해 방송국이 아무리 광고해도 소외당하기 쉽다. 그렇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오프라인에서 예비 시청자들에게 직접 알리는 것이 다시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서울 곳곳을 지나다니다 보면 JTBC와 tvN의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포스터 광고는 곧잘 보게 되는데 왜 MBC를 비롯한 공중파 방송국 광고는 잘 보이지 않는 걸까. 내 눈에만 안 띄는 건가) 참고로 오프라인 광고를 늘릴 예정이라면 무조건 버스정류장, 지하철 스크린 도어 광고를 공략하시길! 기둥이나 벽면은 이동하는 통로라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아이돌 생일 광고처럼 팬덤을 위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자, 그럼 이제 다시 한번 이글의 제목을 상기해 보시라. 시청자한테 가서 전하라고 했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라는 사이다가 왔다고. 나는 이 새로 출시된 사이다가 퍽 마음에 든다, 아니 이미 그 맛에 매료되어 버렸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음을 아쉬워하며, 나라도 영업에 보태기 위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이토록 길고 긴 리뷰를 읽고,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라는 궁금증이 생겨서 한 번쯤 찾아보는 시청자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화까지 보고서 소중한 두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니! 게다가 오늘 밤 10시가 되기 전에 다 본다면, 일주일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3화를 볼 수 있다. 정주행 하기 힘드신 분들을 위해 스포 하자면, 2화는 힘없는 버스 기사님들 돈 떼어먹기는 기본이요, 비리 천지인 회사, 상도 여객의 진짜 사장 구대길(앞서 여러 대 때려주고 싶다고 언급했던 바로 그 사람)에게 공무원 조진갑이 시청자 대신 속 시원한 주먹을 날려주고 끝났다.

조진갑에서 다시 조장풍이 된 그는 어떤 행보를 이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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