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나요?

<나는 솔로> 광소의 자기소개가 불편했던 이유

by 유덕수

"원래 별로 자랑스러워하지 않아서 직업은 말을 잘 안하는 편인데 꼭 굳이 물으신다면 개업 의사고요."

<나는 솔로>에서 광수는 이렇게 자기소개를 합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내가 환자라면 이 병원에는 가고 싶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 혹은 회사나 그 안의 직원들이 스스로의 일을 자랑스러워 하지 않거나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든다면, 고객으로서 그 가치를 믿고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질문이 나에게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내 일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는가?"


저에게도 방황의 시기는 많았습니다. 특히 Y사에서 일할 때가 그랬습니다. 창업만 해오던 제가 처음으로 누구나 아는,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 다녔던 시기였습니다. 명함을 건네면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고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일은 자랑스럽지 않았습니다. 그 일이 왜 중요한지, 누구를 행복하게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견딜 수 없었던 건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내가 내 일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초고속 성장을 하던 회사를 나왔습니다.


다행히도 지금은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자랑스럽다고.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그 복잡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일이 이 사회에 분명히 필요한 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마흔이 넘어 다시 시작한 일이라 여전히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느끼는 마음이 다시 시작할 용기와 2년이 넘는 탐구의 시간을 버티게 해주었습니다.


아마도 ‘하고 싶은 일’이란, 세상이 인정해주는 일이 아니라 내 일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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