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4-금
올해 그만 둔 회사에 거의 14년을 근무했다. 인생회사의 산업분야와 다른 산업분야여서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다. 구매 업무를 하다 마케팅 업무로 일을 변경하게 되면서 그 산업분야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맺은 관계는 공적 관계의 성격이 강하다. 회사를 그만 둔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 받는 관계는 소수이지 않을까? 싶다. 없을 수도 있다. 회사 생활을 관계 중심적으로 하는 분들은 다를 수도 있겠다. 나의 경우, 마음을 터놓고 지낸 여사친과 남사친이 있었다.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가족의 안부도 묻고, 고민도 나누고, 위로와 응원도 주고 받으며, 수다를 떨기도 한다.
여사친(=여자동료)은 나보다 10살이 어리다. 우리가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는 조직에서, 각자의 가정에서, 서로가 처한 입장이 비슷했기 때문 같다. 동시에 우리는 다른 성격과 특징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우정이 지속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여사친 덕분이라 말하고 싶다. 나를 항상 신뢰해주고, 좋아해주고, 배려해주고. 사랑 받는 느낌을 팍팍 느낄 수 있기 때문같다. 내가 회사를 그만 둔 후,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안부를 물었는데, 지금은 브런치에서 내 글을 읽으면서 내 근황을 알고 있다.
남사친(=남자동료)는 나와 동갑이다. 퇴사 이후, 전화 통화로 서로 안부를 전하고 있다. 주로 남사친이 전화를 나에게 준다. 회사를 떠난 입장인 나는 회사에 소속된 분들에게 전화하는 것이, 솔직히, 마음이 내키지 않아, 전화를 하지 않는다. 또한, 공적인 관계가 끝나서, 연락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어째든, 우리가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 비슷한 경험, 생각,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남사친의 경우도 한국의 생산과 판매 조직이 아닌, 글로벌 조직에 속해 있어, 회사에 직접적인 팀동료가 없다. 직접적인 팀동료가 없는 것에 대해 나도 크게 개의치 않듯, 남사친도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아마도, 오랜 시간 그런 환경의 조직에서 일해 왔던 경험 때문 같다.
나에게 전화를 할 때면, 나의 취업부터 걱정한다.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도 알려 준다. 어제 통화는 좀 달랐다. 장인어른의 치매 초기 증상으로 장모님이 간호 하느라 고생이시고, 그런 장모님 걱정에 평소 체력이 약한 아내가 엄마 걱정으로 건강을 해칠까봐 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 동안 연락이 없어, 바쁜가 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걱정거리로 마음이 편하지 않는 상태였다. 남사친은 DINK(Double Income No Kid)족이다. 그런데, 아내가 10년 전에 많이 아팠고, 이제는 완쾌 되었지만, 혹시나 하는 상실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남사친은 지난 몇 년 동안 틈틈이 불교를 통한 마음공부를 열심히 했다. 아마도 마음공부 방법으로 불교를 선택한 이유는, 불교의 기본 가치가 ‘깨달음(해탈)’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같다. 그런데, 우리 인간 삶이 쉽게 고통에서 벗어나지지 않나 보다. 어제 통화에서, 나는 주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감히 그 힘듬을 어떻게 알겠는가? 시간이 지나 해결되는 성격의 일들도 있다. 그 시간이 너무 길지 않기를 기원해 본다.
나의 직장동료이자 친구들도 즐겁게 금요일과 주말을 보내기를 바라면서, 나는 이제 나의 즐거운 금요일 저녁을 슬슬 준비해보려 하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