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90일

2025-11-20-목

by 코리아앤

몇 주 전부터 남편이 목요일 오후에 수업이 있기 때문에, 오후에는 작업실이 아닌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덕분에, 노마드(Nomad)족이 된 느낌이다. 지난주 목요일도 커피숍에서 글쓰기를 시작했었다. 그런데, 커피숍의 와이파이 상태가 불안정해서 부랴부랴 집으로 가서 행운83일을 마무리했다. 아마도, 와이파이에 대한 좋은 경험을 다시 가지기 전까지는 지난주에 갔었던 커피숍에 다시 가기는 힘들 듯 하다. 지금 이용하고 있는 커피숍은 남편의 작업실에 가깝게 위치하고 있다. 2층이 넓다. 밝고 햇빛도 잘 들어와서 마음에 든다. 와이파이도 암호 없이 쓸 수 있어, 편하다.


주중 동안, 작업실에서 시작하는 아침에는 남편과 커피 한 잔 하면서 가벼운 이야기를 잠깐 나누고, 각자의 일을 시작한다. 가볍게 대화를 시작해도 대화 중 주제가 바뀌면, 가볍게 끝나지 못 하기도 한다.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경제적인 문제는 거의, 항상, 마음을 무겁게 하는 주제이다. 우리 두 사람 나이에 비해 아이들이 어려 교육비에 대한 생각을 하면 남편도, 나도, 말을 아끼게 된다. 더불어, 다음 주제는 '나는 무슨 일로 돈을 벌 것인가?' 하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고, 불편한 주제이다. 나는 몇 가지 열린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지만,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상태라 말 할 수 있겠다. 그 중, 좋아서 하고 있는 일은 책읽고 글쓰는 일이다. 옛말에 책읽고, 글쓰고 하는 사람을 좋은 말로는 양반이지만, 다른 말로는 한량이라고 했다. 한량이란 직업 없이 한가하게 지내는 사람이다. 경쟁이 치열한 직선의 삶이 지배적인 환경인 요즘 현대에는 한량의 긍정적인 면을 반영하여,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이라고도 하지만, 전통적으로는 게으르거나 무책임한 사람을 가리키는 부정적 표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일(work)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에 한량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


최근에 읽은 글귀 '타인을 향한 불평 속에는 무의식이 숨겨둔 투사의 내용물이 드러난다'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해석을 해 보면, 내가 상대에게 느끼는 불편한 점이 내 안에 잠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아버지는 거의 50대 초반부터 한량에 가까운 생활을 하셨다. 운동을 통해 건강을 챙기시고, 친구분들과 잘 어울리시고, 식사도 잘 드시고, 술도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간간히 영업 일을 하시거나 중개 일을 하시기도 했지만, 경제적 책임은 엄마가 담당하셨다. 나의 첫직장 퇴직금도 모두 부모님께 드릴 수밖에 없었다. 난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무책임하다 생각했고, 낭비?하는 인생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했고, 나이 들어 나는 그런 모습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이 글귀를 읽으면서, 내 무의식 속에 '한량기질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락호락 하지 않은 세상 살이를 아버지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셨을텐데 하는 생각도 이제는 든다.


이런 저런 생각과 고민들이 쓸모가 있는 날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런 하루구나!' 생각하려 한다. 생각할 수록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가 많아, 생각 멈추기 하련다. 그럴 때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최고다. 산책과 운동을 하자. 어쩜 한량처럼 보였던 아버지도 최선을 다해 당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셨나 보다.


커피숍에서 캐롤송이 나오고 있다. 난 기분이 울적할 때면, 캐롤송을 일부러 듣기도 한다. 그럼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지금 기분 좋아졌다.

33991_34491_3522.jpg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캐롤송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 출처-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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