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45일

2025-10-6-월

by 코리아앤

추석날이다. 지난 몇 일 동안 비가 계속 왔고, 오늘도 비가 왔다. 추석인 오늘은 지난 몇 일에 온 비보다 더 많이 온 것 같다. 그래서, 보름달을 볼 수 없었다. 추석날이면, 보름달을 보며, 이런 저런 소망들을 마음 속으로 이야기 했었는데, 올해는 보름달을 보면서는 못 하게 되었다.


이번 추석은 비가 와서 보름달을 못 보기도 했지만, 지난 추석과 다른 점이 있었다. 시아버님께서 돌아 가신 후, 제사와 차례를 수원에서 생활하고 계신 아주버님댁으로 옮겨 지내 왔다. 그렇게 큰 명절을 수원에서 차례를 지낸지도 10년은 지났다. 올해 구정 설에 차례를 지내러 수원에 갔을 때, 아주버님께서 남편과 나에게 말씀 하셨다.


"어머님께서 '이제 구정설, 추석 차례는 그만 지내고, 아버지 제사만 지내라.'고 해서 이번 추석부터 차례를 지내지 않을려구 합니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수원에 가지 않았다. 멀리 있는 다른 가족들과 나누는 전화 인사로 대신했다. 온라인 상품권을 주고 받으면서. 우리 가족끼리 산적을 만들고, 나물과 다른 몇 가지 추석 음식들도 사서 오늘 먹었다.


내가 남편과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는 남편이 둘째 아들이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맏며느리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맏며느리 역할을 하고 계신 형님께서 그동안 수고가 많으셨다. 형님은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이시다. 매년 준비해야 하는 차례와 제사가 힘겨우셨을 것이다. 내가 가사일과 요리에 능숙한 둘째 며느리도 아니어서, 형님께 그닥 도움이 되지 못 해, 미안한 마음이다.


중진국 세대인 나는 그래도 우리 나라의 대가족 문화에 대해 경험이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싫든 좋든 먼 친척들과도 간간히 교류하면서 지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성인으로서 독립해서 생활하면서부터는 친척들과의 교류도 점점 줄어 들었다. 그러다, 결혼 후는 잘 모르는 시댁 식구들 중심으로 가족 관계가 다시 구성 되었다. 하지만, 만물의 변화를 막을 수 없듯, 시대와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 방식도 계속 변화해서, 우리 아이들은 대가족 문화를 책에서만 배우는 지식이 된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수원이 아니라 부모님들이 계신 곳으로 가야겠구나. 어쩜 이번 계기로 부모님들과 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 좋은 일이 많을 것 같다. 신난다!


무료-일러스트-그림-소스-다운로드-받기-Free-illust-Vector-image-177.jpg 어릴때 명절에 윷놀이를 했었는데 / 출처-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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