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달간 이리저리 쏘다니며 잘 지냈다.
나는 무얼 그리도 정갈하게 정돈하고 싶었는지
이것, 저것 소문난 것들은 다 해보았지만
잠깐의 행복에 홀렸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 벗어던진 옷가지들마냥
정리해 둔 머릿속이 그새 헤집어져 있던 것이다.
그렇게 책장을 덮고, 영화관에서는 수십 번의 엔딩 크레딧이 오르고,
때론 친구와, 또 때로는 홀연히 카메라만 어깨에 짊어 매고
낯선 곳, 아쉬운 곳, 익숙한 곳으로 여행도 떠나보았으나
그런 식으로 붙여진 미사여구는 책상 위에 붙여둔 포스트잇처럼, 쉽게 떨어져 나갔다.
버릇처럼 무언갈 정리하려던 손을 멈추고 생각을 해 본다.
어쩌면 이걸 정리하려는 시도야말로 엔트로피의 기준에선,
정갈함을 흩뜨려놓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제 한 달 좀 넘었지만 나는 담배를 끊었고, 먹고 싶은 것도 잔뜩 먹어선 돼지 새끼가 다 됐다.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더할 나위 없었다. 정말이지 복에 겨웠다.
나는 그냥 두기로 한다.
이따금씩, 먼지 쌓인 사진첩을 쓱쓱 쓸어내어 가만히 쳐다보기도 할 것이고
카메라를 들어 또 무언갈 남겨두기도 할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타자를 쳤지만 역시,
고맙다는 말이 나을 것 같다.
이것저것 복잡한 마음이었는데 그게 어쩌면 '감사'였던 것 같다.
나는 정말로 감사한다. 지난 모든 것들에 감사했다.
말이 자꾸만 길어진다.
꼭, 좋은 모습 보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