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환대가 가져다주는 심리적 안정감
직장에서 부서를 이동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조직에서 3년 이상 같은 업무를 담당했다면, 서서히 부서 이동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야 합니다. 본인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긴 직장생활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한 부서에서만 너무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업무가 손에 익어 점차 몸이 편해지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도 친해지기 시작하면 때로는 타 부서 이동이 힘들게만 느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새로운 업무를 익혀야 하고, 새로운 팀에 적응도 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새로운 팀장의 스타일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저에게도 새롭게 조인한 팀원들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기존 팀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일은 배우면 되겠지 했습니다. 그리 어려운 업무도 아니고, 금방 적응하겠지 했는데, 1년이 다 되어서야 그 팀원은 팀에 적응하고, 새로운 업무를 익히느라 사실은 한 해 내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새로운 팀원을 맞이하면, 경영계획에 맞춰 팀원들의 업무분장을 하고, 한해의 살림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한해를 준비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은 새로운 팀원이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따뜻한 환대로 관계를 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따뜻한 환대로 시작한 관계는 냉철한 이성이 필요한 순간에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밑거름이 되어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심리적 안정감이 형성되면, 업무로 인해 의견이 부딪칠 때에도 감정적인 대립 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고, 그 의견에 대한 비판도 수용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연말이 다 되어서야 본인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던 팀원에게 저는 심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팀장이었나 봅니다.
새로운 부서로 이동하고 보니, 관계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한 해 동안의 팀장과 팀원의 관계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부서에서의 모든 업무가 낯설었고,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물어보고, 요청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요청하는 일 자체가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서는 결국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이가 새로운 부서로 이동한 팀원들에게는 구세주가 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일 것입니다.
생각보다 멀고도 어려운 존재인 팀장이 먼저,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도와줄 일은 없는지, 너무 조급할 필요는 없다고 한마디 해주는 것이 팀원들에게, 그리고 새롭게 이동한 팀원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팀장이 되고 나서는 자주 잊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회사를 이직하거나 업무가 바뀌면, 팀장 역시 더 많은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장들은 본인의 에너지를 업무 외에도 팀원들의 살피는데 잘 분배해 사용해야 합니다. 결국 일은 팀원들의 몫이기 때문이지요.
팀장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팀장은 따뜻한 환대로 팀원이 힘들었을 때 언제든 SOS를 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업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팀장의 소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