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영화에서 배우는 회사생활
봄비 내리는 아침입니다. 오늘 이 봄비와 잘 어울리는 시 한수가 있습니다.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當春乃發生(당춘내발생)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어 내리네.
隨風潛入夜(수풍잠입야)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소리 없이 촉촉이 만물을 적시네.
野徑雲俱黑(야경운구흑) 江船火燭明(강선화촉명)
들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강 위에 뜬 배는 불빛만 비치네.
曉看紅濕處(효간홍습처) 花重錦官城(화중금관성)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금관성에 꽃들이 활짝 피었네.
이 시는 2009년 개봉했던 영화 ‘호우시절’의 두 주인공인 동하와 메이가 좋아하는 '두보’의 시입니다. 물론 영화 제목 또한 이 시의 첫 구절인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에서 따온 것이지요. 2009년 가을에 개봉한 영화라 이미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아서 아시겠지만, 주인공인 동하와 메이는 미국에서 함께 유학을 했던 사이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가 기억하고 있는 유학시절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동하는 메이를 좋아했었다고 주장하지만, 메이는 동하가 일본에서 유학 온 사토코와 사귀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동하 역시 메이가 유학생 벤과 사귄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사실 메이는 동하를 좋아했었습니다. 이처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인식에 따라 얼마든지 같은 시간과 공간을 다르게 기억하고 해석합니다.
직장생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 공간에서 모두들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담당하고 있는 업무와 인간관계에 따라 그 시간과 공간이 어떤 이에게는 천국으로, 또 어떤 이에게는 지옥으로 기억됩니다. 저에게 힘겹게만 느껴졌던 시간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제 기억에는 가장 화창했던 봄날이 그 시절을 함께 한 누군가에게는 몹시도 힘겨운 시간이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살고 있으면서도 이처럼 다른 시간을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요?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동료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그 힘겨운 시간을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시절을 알아 내리는 비가 좋은 비라고 했던 ‘두보’의 시처럼 우리는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동료들의 마음을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가뭄에 단비와 같이 기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행여나 함께 일하고 있는 누군가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동료들의 마음을 살피고, 헤아리는 배려는 결국 우리에게 힘든 시간이 찾아왔을 때 우리를 지탱해 줄 가장 큰 버팀목이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