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정확히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좋습니다.
'다행이다.'
이 소리는 정산이 딱 맞을 때 나는 마음의 소리입니다.
매일 시험 응시료, 검사비용, 자격증 비용, 서류 발급 비용 등에 발행하는 비용들을 알맞게 받았는지 정산하였습니다. 딱 맞아떨어질 때는 다행이라고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가끔 안 맞을 때는 정산을 2~3번 더 했습니다. 동전이나 지폐를 잘못 샜다던가, 직원 중에 받은 비용을 미처 가져다주지 못했을 경우일 때가 있었습니다. 이때는 다시 정산해서 맞추면 더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휴... 다행이다.'
그러나 정산을 여러 번 해도 안 맞을 때가 제가 일할 때 다섯 손가락에 들었습니다. 민원응대하면서 혹시 돈을 떨어뜨렸나 하고 바닥을 샅샅이 보고, 책상 서랍 속에 돈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 서랍도 살폈습니다. 그래도 돈을 못 찾으면 모든 직원에게 말했습니다. 같이 찾아봐달라는 SOS를 치는 겁니다.
"오늘 돈이 안 맞습니다. 자리 주변에 혹시 돈이 떨어진 것이 있는지 살펴봐주세요."
그리하여 다른 직원들이 돈을 찾아서 가져다줬을 경우에는 정산이 잘 맞았습니다. 그러나 돈을 못 찾을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때는 예비비라는 곳에서 부족한 돈을 메꿨습니다. 예비비는 가장 높은 상사분이 사비를 내놓으신 거라 참 그랬습니다. 운영 총괄하는 직책이라는 책임으로 사비를 내놓으셨겠지만 마음이 좀 불편했습니다.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겠지만 대신해서 수습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정산이 맞지 않은 다음날은 다른 직원들과 저에게도 접수 시 한 번 더 비용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하며 업무를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위의 경험으로 천천히, 정확히 일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한번 더 했습니다. 최근 은행에 갔을 때 신입행원이 제 은행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종이배너가 작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신입행원으로 업무처리가 늦을 수 있으니 양해부탁드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 행원 앞으로 가자, 그 신입행원이 종이 배너를 가리키며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보시다시피 제가 신입사원이라 일처리가 느릴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빠른 것보다 천천히, 정확히 해주시는 게 더 좋습니다."
제 답변에 신입행원이 미소를 지으며 은행업무를 해줬습니다.
우리나라는 빨리빨리 문화가 어느 곳이나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다리는 줄이 길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때, 음식 배달이 늦어질 때, 업무처리가 느릴 때 등 '빨리빨리 안 해주고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과 짜증이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때 3초만 심호흡을 하면 짜증이 한풀 꺾일 것입니다. 제가 심호흡으로 덕을 많이 봤습니다.
모두 오늘도 하루가 잘 풀리길 바랍니다. 그러나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기에, 이때는 꼭 심호흡을 한번 해보세요! 배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뱉으세요. 어떠신가요?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 드실 겁니다.
"흐읍 휴"(필자가 들이마시고 내쉬는 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