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초콜릿인가? 아.. 아니네 저건!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

by 푸르미르

아동자료실에서 마감시간은 오후 5시였다. 그래서 4시부터 마감준비를 시작했다.


영어특화도서관이라서 짧은 글의 영어책과 그 책의 부록인 CD가 많았다. CD의 부록이 다른 시립도서관들 중에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영어공부에 대한 수요는 더 어릴 때부터 하는 게 좋다는 말도 많았고, 어릴수록 스펀지처럼 빠르게 습득하는 것이 쉽다는 얘기도 있었다. 또한 대개의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영어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고, 학교 진학, 취업 등 아이의 미래를 위해 영어에 대한 관심이 컸다.


주말의 아동자료실은 아이가 있는 부모들이 와서 영어책과 CD를 큰 장바구니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캐리어에 가족 개개인 앞으로 최소 10권에서 다독자인 경우에는 최대 40권을 대출과 반납을 했다.


그중 아이의 손을 잡고 같이 오는 아버지나 어머니도 있었다. 도서관이 아파트와 빌라 사이에 있다 보니, 아동자료실에 오가는 이용자들이 많았다.


아동자료실 안에는 유아자료실도 약 7평 정도인 크기로도 있었다. 그곳에는 정말 아기도 데려오시는 분들도 계셨고, 돌이 지났거나 3~5살짜리 아이들과 함께 와서 책을 읽었다.

유아자료실의 책은 글이 크고 짧고 그림이 많은 작은 책들이다 보니, 한 아이가 왔다가도 바닥에 수십 권의 책이 나뒹굴었다.

유아자료실을 수시로 정리를 했는데, 나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도 했지만 잠시나마 '아, 아이를 키우는 육아는 힘들겠다.'라고 생각했다.

정리하고 돌아서면 수십 권의 책이 다시 늘어져있는 것이 반복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한 명이 계속 유아자료실만 전담마크해도 8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였다.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대출, 반납, 책 정리, CD정리, 이용자 응대를 하다 보면 1시간이 20분같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그 시간엔 마감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내 자리 앞에 줄을 계속 서기 때문이다. 그러면 반납한 책들도 책수레에 쌓이고, 찾아주어야 할 딸림자료도 계속 찾아서 대출해줘야 해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렇게 5시가 될 때까지 점점 지치게 되는데, 어쩌다 보면 5시 넘어서까지 일하게 될 때도 있었다.



어느 날은 내 자리에서 5M 정도 떨어진 검색대 주변에 흰색의 동그란 것들이 떨어져 있었다.

'저게 도대체 뭐지?' 하며 점차 다가갔더니 처음에는 초콜릿인가 싶었다. 흰 포장지에 싸인 초콜릿말이다.

그러나.. 그건 초콜릿이 아니라 기저귀에 쌓인 아기의 똥들이었다.


하.. 다가갈수록 그 익숙한 대변의 냄새가 났다. '얼마나 급하게 아이와 도서관에서 떠나셨을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화장실도 아니고 자료실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실에서 일을 하면 많은 책들을 옮기고 정리를 하므로 맨 손으로 하면 금방 손이 까매진다. 그래서 꽃을 다룰 때 사용하는 장갑을 끼고 일을 했다. 다행히?! 맨 손이 아닌 장갑을 낀 손으로 기저귀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과자봉투, 과자부스러기, 바닥에 떨어진 물, 먼지, 휴지는 종종 접했지만 똥이 들어있는 기저귀까지 접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래, 도서관도 사람이 사는 세상 중 한 곳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래도, 마감기간 전에 나가라고 그렇게 재촉하지 않으니, 챙길 건 잘 챙기시고, 버릴 건 잘 버리시고 이용자가 도서관을 나섰으면 한다.


물론,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한 동네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들이 필요할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육아가 정신없고 힘들 것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꼈다. 아직 내 아이는 없지만 말이다.


요즘은 도서관을 나도 이용자로써 방문한다. 그때마다 아동자료실과 유아자료실을 아이와 부모 등 청소년, 어른들이 이용하는 모습을 보는데,

천천히 마음껏 도서관을 사랑하는 아이와 이용하시고 집으로 여유 있게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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