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물러나서 숨 고르기

시정아르바이트를 해봤습니다

by 푸르미르

"점심시간이 시작되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주민센터는 9시부터 18시까지 창구가 계속 운영되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2조로 나뉘어서 점심시간이 같았습니다.


보훈 관련한 문의를 하기 위해 오신 60대 여성분이었습니다. 딱! 11시 반에 오셔서 그 창구에 가셨는데, 직원이 11시 반부터 점심시간이라서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나갔습니다. 저는 이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민원인은 각각 직원의 점심시간을 알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근무하다가 점심시간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제가 담당자였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식사하러 갔을 것입니다.


"11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점심시간이라 선생님께서도 점심을 드시고 오시면 그때 업무처리를 해드리겠습니다."


시간은 그 누구에게도 중요합니다. 근무시간 중 점심시간, 민원인들의 시간 등 다 귀합니다.

그래서 저는 12시부터 점심시간이니, 그 민원인께 가서 대신 담당자의 점심시간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민원인은 알겠다고 하시며, 어떤 업무를 하러 왔는지 말씀하셨습니다.


"남편이 돌아간 지 1주일도 안되어서 정신이 없어요. 그러다가 조금 마음 추스르고, 남편을 보훈 등록하라는 연락을 받고 왔는데, 담당자가 없으니 참 당황스러웠어요. 그런데 이렇게 저한테 안내해 줘서 고맙네요."


아... 누구나 다 사연이 있지만 돌아가신 남편의 민원처리를 오셨다고 하니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아, 정말 힘드셨겠습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에요."

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드렸습니다. 그러자 또 고맙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 여유를 가지고 경청하고, 진심으로 말을 해야 된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한 발짝만 물러나서 숨을 한 번 들이마셨다가 내뱉으면 여유가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오늘 무척이나 바쁘거나 여유가 없을 때가 생긴다면 이 방법을 사용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여유가 있어야 자신도 삶이 즐겁고, 자신이 즐거우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더 나아가서 여유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예쁜 말들이 오고 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자! 오늘 하루 숨 한 번 들이마셨다가 내쉬면서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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