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지만 부드럽게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좋습니다.
"목소리는 강하지만 부드럽게 해야 해."
엄마께서 해주셨던 말입니다. 강하지만 부드럽게라니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노력했습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전화, 민원응대, 시험감독할 때도 목소리를 신경 써서 했습니다. 해보니 좋은 점이 2가지 있었습니다. 첫째, 사람들도 깍듯하게 저를 대했습니다. 둘째, 사람들이 제 말을 귀 기울여서 들었습니다.
앞선 글에도 언급했듯 저를 겉모습만 봤을 때는 약해 보입니다. 그러나 말을 하면 약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화, 민원응대할 때에 목소리톤을 일정하게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자, 많은 민원인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도 꽤 받았습니다.
시험감독 업무는 시험 시작 전 전제적으로 시험 볼 컴퓨터를 확인하고 시험 시작 전 안내 및 당부사항을 마이크를 잡고 10분가량 말했습니다. 앞에 나가서 말을 할 때는 청중에게 골고루 눈빛을 분산시켰습니다. 말한 지 10초가 되면 모든 분이 제 말에 집중해 주셨습니다. 시험 안내 및 당부사항은 하루 1번씩은 했기에 저절로 외우게 되었습니다. 종종 제 말이 끝나면 박수를 치시는 수험생도 있었습니다.
10분가량 시험장에서 안내하는 소리는 아래층인 접수처에서도 작게 들렸습니다. 어느 날, 상사께서 제가 가장 안내사항 말을 잘한다며 접수처에 시험 전 안내사항을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틀어놓자고 하셨습니다.
동영상 제작은 시험장 시험이 모두 끝난 시점인 17시~18시 사이에 했습니다. 이때 본사의 자격관리처에서 방문했었습니다. 조용히 2~3분 정도 저를 지켜보고 접수처로 가셨습니다. 예상치 못한 분들이 동영상을 찍는 중간에 오셔서 2초간 목소리에 당황함이 묻어 나왔습니다. 그래도 일단 다 찍자는 동료의 제스처에 다시금 제 페이스로 돌아갔습니다. 퇴근 후 자격관리처 직원들과 함께 회식자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직원들은 저를 아나운서로 불러주셨습니다. 하하하. 언제까지 계약기간인지도 물어보시고 꼭 정규직으로 들어오라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접수처에 그 동영상이 TV에서 무제한 반복이 되도록 해놨습니다. 그러자 제가 민원인들을 응대하게 되면, "어? TV에 나오는 분이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하 조금 어색해가지고 "네, 맞습니다."라고 하고 빨리 업무를 하고자 했습니다.
매일 마이크를 쓰면서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60명까지였던 수험생 앞에서 안내했던 경험은 자산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아 졌습니다. 그리고 제 공식적인 목소리톤을 만들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강하지만 부드럽게." 이제는 좀 알 것 같습니다.
모든 경험에서는 배울 점이 꼭 1가지 이상이 있는데, 그 경험을 통해 제가 많이 성장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묵묵히 계속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에 폭풍성장한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고자 하는 일들이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많은 경험으로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