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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좋습니다

by 푸르미르

"소장님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현장에 가시네."

"대단하셔. 대개 소장님들은 소장실에 계시는데."


자동차검사소의 소장님은 검사소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분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동안 소장님 두 분을 접했습니다. 저는 자격시험장 근무여서 소장님이 제 직속상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같은 건물에 있다 보니 종종 얼굴을 뵈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소장님은 제 롤모델이십니다. 직원이건 이용자건 항상 먼저 인사하시고, 매일 검사소 현장에 가서 일을 하셨습니다. 대부분 소장실에 계시는데, 이 소장님은 달랐습니다. 소장님이 없으셔도 직원들이 소장님을 칭찬하는 소리를 왕왕 들었습니다.


검사소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는 직원이 현장으로 가시는 소장님께 말하는 것을 옆자리라 본의 아니게 들었습니다.


"소장님, 오늘도 나가세요? 힘들지 않으세요?"

"우리 직원들이 쉬지도 못하고 계속 현장 일을 하는데 같이 해야죠."


와... 속으로 조금 놀랐습니다. 현실에는 없을 건 같던 리더였는데, 실제로 접하니 멋지고 닮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번은 소장님, 다른 직원들과 함께 퇴근길이 겹쳐서 같이 걸은 적이 있습니다. 이때 해주신 말씀은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한 달에 급여 얼마나 받지?"

"190 받습니다."

"너무 적네. 내가 임금피크제를 곧 하게 되는데, 그때의 그 돈이 어떤 청년에게 갈 거야. 계속 지원하고 있어?"

"네~ 그런데 쉽지 않네요."

"그렇지, 그래도 계속 두드려야 해. 그래야 열리니까."


반면 두 번째 소장님은 참 불편했습니다. 항상 소장실에 계셨고, 직원들에게 실적을 요구하는 모습을 많이 받습니다. 검사소의 환경을 중시하여 쓰레기 줍는 모습을 출근길에 종종 봤습니다. 검사소 직원들의 행동들도 예의주시하셨습니다. 검사소 직원들이 소장님으로 인해 힘듦을 토로하는 것을 지나가다가 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자격시험장 직원들을 싫어하셨습니다.


"자격시험장이 검사소에서 나갔으면 좋겠어. 자동차검사하는데 시험 보려는 사람들 오면 사고 날까 봐 위험하기도 하고, 언제쯤 나가려나?"


같은 근무지이니 인사를 하는데, 아니꼬운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습니다. 저도 자격시험장이 따로 나가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의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니, 검사소, 자격시험장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결같이 자격시험장 직원들을 없어졌으면 하는 눈빛과 말투로 대하시니 마주치기도 싫었습니다.


만화책과 드라마로 나온 "미생"의 대사들이 생각났습니다.


"아우 씨! 직장 생활하면서 가장 괴로운 것을 알았어. 보기 싫은 놈을 매일 봐야 한다는 거. 너무 짜친 거짓말과 잘못들이 너무 많아서 말하는 사람을 열라 치사하게 만든다는 거 근데 그런 놈을 상사들이 더 좋아한다는 거! 그리고 내가 한 일이 다 그놈 건이 된다는 거!"


"일단 기다려야 되지 않을까요? 상대가 강할 때는요."


"강하기는! 대리밖에 안 되는 사람이 강하면 얼마나 강해서...

진짜 싸우는 법을 모르는 것 같은데, 싸움은 선빵이야. 너도 나한테 날렸잖아. 까짓 거 그만둘 각오 하면 되는 거라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야!"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

이 두 부류가 개개인마다 직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미생에서의 한석율처럼 퇴사하려는 마음은 조금은 멀찍이 두고 이직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계에는 타격이 없어야 하니까요. 기다리면서 준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참 어렵습니다. 모든 직장인 분들 오늘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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