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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세요.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좋습니다.

by 푸르미르

고요한 가운데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길 바랐는데.'


시험감독을 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일 중 하나가 시험 도중 핸드폰이나 전자기기가 울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핸드폰 소리가 나는 수험자의 자리 앞에 서게 될 때까지 계속 벨소리가 울렸습니다. 그 자리까지 가는데, 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앞서 "내 건강은 내가"라는 글에도 언급했듯이 시험 시작 15분전에 안내사항을 시험장 맨 앞에서 마이크로 10~15분정도 말씀드립니다. 안내사항에는 부정행위에 대한 것도 있었습니다.


"시험 도중 핸드폰이나 전자기기가 울리거나 켜져있는 것이 적발되면, 시험은 무효처리 됩니다. 바로 시험장에서 퇴출 처리가 되니 핸드폰과 전자기기는 종료 후, 책상 우측 상단에 놓아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길 바랬는데, 벌어졌기에 위와 같이 처리했습니다.


"선생님, 이번 시험은 더 이상 보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른 날짜로 시험 예약하시고 다시 보세요."


선생님은 벨이 울리는 핸드폰을 찾느라 바쁘셨습니다.


"지금 핸드폰 껐어요. 한 번 봐줘요."


"죄송합니다. 이번 시험은 무효입니다. 퇴실부탁드립니다."


"아니, 한 번만 봐달라니까? 봐줄 수 있잖아요!"


계속 제가 얘기를 하면 다른 수험생들에게 시험치르는데 방해되고 해야할 말은 다 했으니 입은 닫은 채로 선생님 자리 앞에 서 있었습니다.


결국, 선생님은 퇴실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이 다시 시험을 보러왔을 때에도 시험감독이 또 제가 되었습니다. 시험감독은 하루 총 4회 시험 중 1번~2번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서의 상황에 맞게 때로는 변동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 선생님이 저를 보는 시선이 따가웠습니다. 제가 시험 전 안내사항을 설명할 때 못마땅하다는 표정과 눈빛을 보여주셨습니다. 최대한 그 선생님을 보지 않고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이번 시험은 부정행위 없이 합격하셨습니다. 시험은 컴퓨터로 보는 것이고, 시험이 끝나면 시험 결과가 각 수험자의 모니터에 나왔습니다. 시험 시작 후 20분이 지나고, 시험 끝나는 시간 전에 끝나시면 퇴실이 가능합니다. 그 선생님은 나가실 때도 저를 탐탁치않게 보시고 시험장 밖으로 가셨습니다.



그 선생님께서 다시 시험을 보게 되었을 때는 제게 말은 하지 않으셨지만 하고 싶은 말이 전해졌습니다. 표정, 눈빛을 통해 느껴졌습니다.

"내가 너 때문에 또 응시료 내고 시험 본다. 어휴, 꼴 보기 싫다."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만일 제가 선생님처럼 핸드폰이 울려 퇴실처리가 되었다면 그 당시에는 기분이 나빴겠지만, 다시 시험을 치르러왔을 때는 그런 표정과 눈빛을 보여주진 않았을 겁니다. '오늘은 핸드폰 울리지 않게 잘 끄고 시험을 치뤄야지.'라고 다짐하는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을 것입니다.


지금 그 선생님은 그 자격증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계실까요?아님 다른 일을 하며 지내실 수도 있겠죠. 어떤 일을 하시건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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