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
“밝고 화사하게 해 주세요.”
꽃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시그니처 대사이다
빨강 장미와 안개의 시대가 가고
밝고 화사하게의 기본 값 핑크와 화이트의 여리여리 조합이 유행일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도 밝고 화사하게 하면 100이면 90은 파스텔 느낌으로 하고는 했는데
어느 날 한 손님은
“아니 이게 뭐예요?
밝고 화사하게 해달라고 했더니 매가리 없는 색으로만 해놨네
아유 이게 뭐야 흐리흐리해가지고 다시 해주세요. “
“ 아 요즘은 이렇게 많이들 하시는데 마음에 안 드세요?”
“빨간색 좀 넣고 저거 (냉장고에 있는 다른 꽃을 가리키며 ) 저거랑 해가지고
그렇게 화사하게 해 줘야지 안개는 없어요? “
파스텔로 해놓으면 쨍하고 비비드 한 색감으로 바꾸고
비비드 한 색으로 해 놓으면 여리 여리고 바꾸고
이런 일이 허다했다.
밝고 화사한 거란 도대체 무엇일까?
사전적으로 밝은 색이란 명도와 채도가 높은 색을 말하고,
순색에 하양을 섞어 밝고 맑은 느낌의 색이라고 한다.
근데 사전적 의미가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그 밝은 느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다.
거기다
꽃의 조합에 따라 또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밝은 꽃만을 썼다고 화사한 것도 아니고 채도와 명가 낮을 꽃을 사용했다고 또 그게 화사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너무 어려워서 한때 밝고 화사함의 딜레마에 빠졌던 적도 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제작하기 전 무조건 꽃 조합을 물어보고 제작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보는 것도 많고 똑똑하고
촌스럽고 세련됨의 경계가 사라졌기 때문에 확실히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물어보기만 한다면 어려움이 조금은 덜 하지만
그렇게 해도 완벽히 손님의 취향을 맞추지 못할 때도 있다;
여전히 개인적 취향의 밝고 화사함은 어려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