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 계 일주

감정의 이름

by 형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싫어했다

실체도 없는 것을 미워하고 증오하며 원망하고 질책했다

실제없는 미움은 어디에 닿는가

대상없는 분노는 무엇에게 들리는가

존재없는 비원은 어떤 냄새로 남는가


축축한 슬픔을 한데 모아 편지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인다

많은 것을 좋아하는 당신에게

이것은 내가 싫어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이것조차 보듬고 좋아해주실 건가요

이유도 묻지 않고 어디에서 왔는지 알려 하지 않고

그저 끌어안고 가슴팍을 적실 것인가요

그것조차 받아들여 주실 건가요

당신 장식장에 올려주실 건가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존재는

존재를 부정당해 없는 것이 된다

살아있지만 어느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없는 것이 된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

실체조차 남지 않는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사랑했다

사랑임을 아무에게도 확인 받지 못해

그것에게 붙일 이름이 미움밖에 남지 않았다

많은 것에게 이름을 붙이고 사랑하는 당신에게

이 무명의 감정을 보냅니다

당신의 혀 끝에서 무엇이라도 되기를 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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