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기억을 마구 헤집어 골판지 상자 하나를 찾아냈다
나의 어린 시절이 담긴 상자를 열어
유년의 추억을 하나 둘 꺼내 어루만졌다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몰랐지
판박이 스티커를 하나를 가지고 하루 종일 놀 수 있었지
강아지처럼 화단의 흙을 파 애벌레를 찾았지
자주 어루만지는 것은 빠르게 낡는다
낡은 감정들이 모여 덩어리로 뭉쳐지면
누군가 그것을 보고 그리움이라 읽는다
나의 어린 시절은 아주 많이 헤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입구가 어디였는지조차 기억도 나지 않는
뒷동산 비밀 아지트처럼 그 자리에 남아 어린 웃음소리를 품고 낡아간다